국제원조 줄고 미얀마 난민은 증가
방글라데시 "국가에 부담" 하소연
군부 학살을 피해 도망친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떠안아 온 방글라데시가 ‘수용 보이콧’을 선언했다. 자국 경제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데 난민이 늘면서 부담이 커지던 와중에, 미얀마 내전 불똥으로 자국민 목숨마저 위협받자 빗장을 걸어 잠그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동남아시아 천덕꾸러기’ 신세인 로힝야족은 그나마 발붙일 수 있던 땅에서조차 외면받게 됐다.
방글라데시 “국제원조 줄어 부담”
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이둘 콰더 방글라데시 도로·교통·교량부 장관은 전날 수도 다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그간 관대함을 보여줬지만 그들은 방글라데시에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방글라데시 국경수비대도 입국을 시도하던 로힝야족 65명을 강제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는 2017년 미얀마군의 무차별 학살, 성범죄, 방화 등 ‘인종 청소’를 피해 도망친 로힝야 난민 100만여 명을 세계 최대 규모 난민촌 콕스바자르 캠프에 수용해 왔다. 이후에도 군부 탄압과 폭격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종종 국경을 넘었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마약과 총기 범죄도 잇따르는 등 난민촌에서의 삶이 녹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갈 곳 없어 자발적으로 오는 사람도 더러 있었는데 앞으로는 기존에 머물던 사람 외엔 난민촌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콰더 장관은 국경 통제 강화 이유로 ①줄어든 국제원조 ②커진 안보 불안을 꼽았다. 당장 국제사회의 지원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유엔은 캠프 거주 로힝야족 난민의 1인당 식량 바우처를 기존 월 12달러에서 8달러로 삭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기부금이 줄면서 로힝야 난민 지원 목표액(8억7,6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의 40%만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콕스바자르 캠프에 머무는 로힝야 난민 모하메드 칸(26)은 지난해 8월 한국일보 화상 인터뷰에서 “식량 가격은 두 배로 뛰었는데 바우처는 3분의 2로 줄면서 간신히 생명을 이어갈 정도로만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며 “하루 쓸 수 있는 돈은 고작 27센트(360원)”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난민 수가 늘어날 경우 수용 공간 확충 자금, 최소한의 생계 유지 비용 등 나머지 부담은 고스란히 방글라데시 정부가 지게 된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7억 달러(약 6조2,000억 원) 구제금융을 받을 만큼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글라데시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교전 격화에 미얀마인 증가
미얀마 정부군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반군 사이 전투 격화도 국경 장벽을 높이게 된 이유다. 지난해 10월부터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저항군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경 지대에 숨어 지내던 로힝야족 수백 명이 교전을 피해 아예 방글라데시로 넘어왔다. 지난 5일에는 교전 중 발사된 박격포 포탄이 국경을 넘어가면서 방글라데시 여성과 로힝야족 남성 각각 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무하마드 미자누르 라흐만 방글라데시 난민 구호·송환 국장은 “로힝야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안보와 법, 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들이 국경을 넘는 범죄에 취약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2018년부터 이들을 미얀마로 송환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난민들의 거센 반대와 코로나19 사태, 미얀마 쿠데타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일단 ‘신규 유입’을 막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방글라데시 정부 발표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