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편성해 놓고 못 쓴 불용액 역대 최대
기업 실적 악화에 법인세 23.2조 원 감소
지난해 정부가 편성해놓고 사용하지 못한 예산이 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예산·회계 시스템을 개편한 2007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내부 거래 등을 제외하고 집행하지 못한 ‘사실상 불용’ 예산 규모도 11조 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2023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결산상 불용액은 45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22년(12조9,000억 원)에 비해 3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정부회계 시스템이 개편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다. 불용액이 많다는 건 정부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과다 책정했거나, 나랏돈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뜻이다.
정부 예상이 빗나간 것은 ‘세수 펑크’ 영향이 컸다.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줄면서 그만큼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총세입은 497조 원으로 전년 예산(534조 원)보다 37조 원 줄었다. 특히 총세입 중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 원으로 예산(400조5,000억 원)보다 14.1% 줄어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을 기록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 실적이 줄어든 영향으로 법인세가 전년보다 23조2,000억 원(-22.4%)이나 덜 걷혔고, 주택 거래가 줄며 양도소득세도 14조7,000억 원(-45.5%)이 덜 걷혔다. 총세출은 정부로 쓰기로 한 예산 540조 원 중 490조4,000억 원을 집행해 90.7%의 집행률을 보였다.
기재부는 ‘역대 최대 불용액’이라는 지적에 ‘사실상 불용’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세 수입이 쪼그라들자 이와 연동해 지자체에 보내는 지방교부세를 18조6,000억 원 감액 조정했고, 회계·기금 간 중복 계상되는 내부거래 16조4,000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불용'이 10조8,000억 원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도 정부회계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최대 금액이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지난해 국세수입 감소에도 기금여유재원, 세계잉여금 등을 최대한 활용해 민생 및 경제활력 지원을 차질 없이 집행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계획 대비 예산을 덜 쓰면서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을 뜻하는 ‘세계잉여금’은 2조7,000억 원 발생했다. 세계잉여금 가운데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364억 원으로 지방교부세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추경 편성 등에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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