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열대 과일 재배 면적
1,441㏊…20년새 144배 성장
제사용 과일 가격 폭등에
열대 과일로 차례상 늘어
성균관 "전통 어긋나지 않아"
전남 여수시에 사는 서장원(47)씨는 올해 설 차례상에 용과·바나나 등 열대 과일을 놓기로 했다. 사과·배 등 제수용 과일 가격이 부쩍 오르면서다. 서씨는 "제수용 과일은 크고 모양이 좋은 건 개당 만 원꼴인 데다 1, 2개만 놓을 수도 없어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며 "열대 과일을 섞은 명절 과일 선물세트가 들어와 올 차례상에는 열대 과일을 놓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 올해는 조상님께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바나나 등 비싸고 좋은 과일을 제사상에 올린다는 윤영덕(61·전남 해남군)씨는 "조상님들도 맛나고 귀한 과일을 드시라는 좋은 의미로 제사상에 올리고 있다"면서 "지역에서 생산하고 인기 있는 바나나와 샤인머스캣 등 달콤한 열대 과일은 집안 어르신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차례상이 달콤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여파로 망고·멜론 등 열대 과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사상에 오르는 일도 드물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설 차례상 차림비용은 평균 30만9,641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상재해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사과(10개 기준) 2만5,263원, 배(10개 기준) 3만1,631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1.1%와 19.5% 뛰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파인애플·망고·아보카도 등 열대 과일로 구성된 실속형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설을 앞두고 최근 3년간 판매 동향을 분석해 준비한 애플망고 등 열대 과일을 섞은 혼합 세트 물량을 20% 늘렸다.
열대 과일이 각광받게 된 이유는 농작물 기후 지형이 달라진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유난히 길어진 장마와 무더위 등으로 토종 과일의 경우 당도는 떨어지고 가격은 올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대 과일은 재배가 수월해져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제 열대 과일의 산지는 제주도만이 아니다. 전남도의 열대 과일 재배 면적과 생산 농가도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0㏊에 불과했던 전남도 내 아열대 과일 재배 면적은 2022년 기준 1,441㏊로 20여 년 만에 무려 144배 성장했다. 재배 농가도 3,097곳으로 제주를 제치고 전국 1위다. 무화과(703.4㏊), 키위(521.7㏊), 석류(86.4㏊), 비파(86.2㏊), 망고(20.8㏊), 백향과(9.5㏊), 올리브(6.5㏊), 바나나(3.2㏊), 파파야(3.1㏊), 파인애플(0.5㏊), 구아바(0.3㏊), 용과(0.2㏊)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전남도가 올해 아열대 작물 육성을 위한 신소득 원예특화단지 조성사업에 51억 원을 투입한 이유다. 내년 장성에는 국립 아열대작물 실증센터도 개관한다.
열대 과일을 설 차례상에 올리는 일은 전통에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설 차례상은 원래 시대에 따라 변했다"면서 "조선왕조실록에 '시물(時物)'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시기에 구할 수 있는 물건이면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열대 과일은 홍동백서(紅東白西)와 무관하게 과일 자리에 놓으면 된다”고 부연했다. 열대 과일을 차례상에 올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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