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CB 주가, 27년 만에 '최저' 곤두박질
고금리에 가치 하락... '대출 부실' 우려
4년 내 만기 2900조 원 '시한 폭탄'도
'정크' 등급 추락... 옐런은 "관리 가능"
미국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며 2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금리가 촉발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자금줄 역할을 해 온 은행 건전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결과다. 1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에 빠뜨렸던 미국 은행 연쇄 파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감돈다.
패닉셀에 1997년 이후 최저 주가
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NYCB는 전날보다 22.22% 급락한 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1일부터 60% 폭락한 결과, 주가는 1997년 이후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이 기간 동안 증발한 시가총액만 45억 달러(약 6조 원)에 달한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패닉셀링'(공포에 질린 투매)에 나서면서 6일 NYCB 거래량은 1993년 이후 최다치를 썼다.
주가 폭락의 1차 원인은 실적 악화다. 최근 NYCB는 지난해 4분기 2억5,200만 달러(약 3,300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이에 NYCB가 설정한 대손충당금(빌려줬다가 못 받는 돈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만 5억5,200만 달러(약 7,300억 원)다. 시장 예상치의 10배 규모다.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분기별로 주던 배당금도 주당 17센트에서 5센트로 70% 깎았다. 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고금리發 미 상업 부동산 침체 여파
실적 악화 배경에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있다.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진 데다, 고금리와 담보 가치 하락 탓에 부동산 업체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연체율도 늘어났다. 업체들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엔 직격탄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 정보 업체 뱅크레그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가 한 번이라도 납입하지 못한 대출금이 지난해 7~9월에만 177억 달러(약 24조 원)로, 1년 만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 늘었다"고 전했다.
대출금 만기까지 다가온다. 데이터 업체 트렙에 따르면, 향후 4년 내(2027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은 2조2,000억 달러(약 2,900조 원)를 웃돈다. 가뜩이나 대형 은행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큰 지역 은행으로선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폭탄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은행들의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약 80%는 NYCB 같은 지역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최근 일본 아오조라 은행은 지난해 280억 엔(약 2,500억 원)의 순손실을 예상했는데, 미국 부동산에서 발생한 투자 손실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 여파로 이달 들어 이 은행 주가는 33% 떨어졌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도 같은 이유로 작년 4분기 대손충당금을 1억2,300만 유로(약 1,760억 원)로 올려 잡았다. 전년 동기 대비 4배가 넘는 규모다.
"SVB 사태 재현되나" 예의주시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잇따라 NYCB의 가치를 낮춰 잡고 있다. 이날 무디스는 NYCB의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투자 부적격)인 'Ba2'로 두 단계 강등했다. 이어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뉴욕 업무용 및 공동주택에 대한 예상치 못한 손실"을 이유로 들며 신용등급을 더 낮출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앞서 피치도 지난 2일 이 은행에 대해 'BBB-'로 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자 미국 금융 당국은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매우 스트레스받는 금융기관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관리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당국이 은행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은 지난해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은행 위기의 재현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FT는 "부동산 시장의 잠재적 디폴트에 대한 우려에 불이 붙으면서, 1년 전 SVB 사태로 인한 미국 은행 위기감이 되살아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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