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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찍어준’ 테마주

입력
2024.02.07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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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6.39포인트(0.64%) 상승한 2592.59로 장을 시작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6.39포인트(0.64%) 상승한 2592.59로 장을 시작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요즘 국내 증시에서 가장 ‘핫’한 용어가 ‘밸류업(value up)’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겠다고 하면서다. 말하자면 저평가 종목의 주가 부양 대책인데, 당근과 채찍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독려하는 게 골자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도쿄거래소는 작년 4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못 미치는 기업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이행목표 공시를 요구했다. 조치 불이행 시 상장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PBR는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주가가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1배 미만이라는 건 회사 자산을 다 팔고 기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화들짝 놀란 저PBR 기업들은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에 나섰고, 이에 힘입어 일본 증시는 34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국내 증시도 모처럼 들뜬 모습이다. 저PBR주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들이는 등 일종의 테마주로 각광받는다. 밸류업 정책이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등장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찍어준 테마주’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다른 나라의 좋은 정책을 참고하는 건 박수받을 일이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이 금융당국의 기존 정책과 모순이 되는 지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대표적인 저PBR 종목이 금융주인데 금융당국은 그동안 과도한 배당 대신 충당금을 쌓을 것을 압박해 왔다. 그런데 주가 부양을 위해 갑자기 배당을 늘리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금융사의 탐욕을 지적하며 상생금융을 압박하다가 주주환원을 늘리라는 것도, 경영권 방어수단은 쥐여주지 않은 채 자사주 매입∙소각을 장려하는 것도 상충되긴 매한가지다. 이것저것 다 잘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이랬다저랬다 휘둘리면 생채기가 나기 마련이다. 저PBR주의 거품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책의 일관성 저하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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