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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와 TV수신료

입력
2024.02.06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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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아르헨티나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가 지난해 미국프로축구(MLS) 인터 마이애미 CF로 이적한 데에는 애플TV플러스의 MLS 독점 중계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애플TV플러스는 메시의 미국 활약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 '메시, 미국을 정복하다'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아르헨티나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가 지난해 미국프로축구(MLS) 인터 마이애미 CF로 이적한 데에는 애플TV플러스의 MLS 독점 중계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애플TV플러스는 메시의 미국 활약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 '메시, 미국을 정복하다'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영국은 축구의 나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세계 최고로 꼽힌다. 하지만 영국에서 EPL을 집에서 보는 건 쉽지 않다. 한 달에 43파운드(약 7만2,000원) 정도는 내야 시청할 수 있다. 1992년 EPL 출범 때부터 유료 위성방송 스카이스포츠가 독점 중계를 하고 있어서다. 이전까지 1부리그 경기는 지상파TV에서 무료로 볼 수 있었다. 스카이스포츠는 당시 5년 계약에 3억400만 파운드라는 막대한 돈을 내고 중계권을 확보했다. 영국인들이 선술집에 모여 EPL 중계방송을 보는 주요 이유다.

□ 스카이스포츠는 EPL 중계만으로 영국 주요 방송 채널이 됐다. 방송 사업에 스포츠를 활용한 선례는 여럿 있다. 미국 미디어 사업가 테드 터너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작은 방송국을 1969년 인수한 후 지역 프로야구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프로농구팀 애틀랜타 호크스 중계권을 확보했다. 1976년과 77년에는 각각 두 팀을 아예 인수했다. 터너는 스포츠 중계로 방송 사업을 키웠고, 1980년 세계 최초 24시간 뉴스채널 CNN을 설립하면서 세계적인 미디어 부호가 됐다.

□ 스포츠는 대중에게 매력적인 오락거리다. 정해진 경기방식이 있어 매 경기를 장르영화처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나 영화와 달리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수식이 어울리는 이유다. 방송이 킬러 콘텐츠로 여길 만하다. 최근엔 미디어업계 대세가 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스포츠 중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TV플러스가 지난해 미국프로축구(MLS)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며 포문을 먼저 열었다.

□ 넷플릭스는 미국 프로레슬링 WWE의 인기 프로그램 ‘로(Raw)’를 내년부터 독점 중계키로 했다. 최근 50억 달러(약 6조6,500억 원)를 들여 계약을 맺었다. 토종 OTT라고 예외는 아니다. 축구 아시안컵 온라인 중계는 쿠팡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다. 티빙은 지난달 한국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퇴근길 전철이나 버스에서 프로야구를 보려면 티빙에 유료 가입해야 할 판이다. 주요 스포츠경기 중계는 지상파TV 몫이었던 수년 전과 딴판인 세상이 됐다. 이래저래 'TV수신료를 왜 내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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