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로고=공무차량이라 볼 순 없어"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에 '공무수행'이라는 문구가 적힌 검찰청 마크를 붙이고 다니면 범죄일까. 함부로 검찰 로고를 써선 안되지만, 그렇다고 공무수행 중인 검찰 차량을 사칭한 것으로 보아 처벌할 수도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공기호 위조 및 동 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4일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11~12월 검찰청 로고가 박힌 표지판 3개를 차량에 부착하고 다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각각 A씨의 휴대폰 번호와 차량 번호, '공무수행' 문구가 병기된 형태였다. 해당 기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것들이다.
지인들은 검찰 공무원이 아닌 A씨가 검찰 마크를 달고 다니는 걸 의아하게 여겼지만 그는 "검사 사촌형이 차를 빌려갔다가 붙였다"고 둘러대기 일쑤였다. 시민의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수사기관은 A씨가 공무수행 차량을 가장하기 위해 위조 표지판을 사용했다고 판단, 공기호 위조 및 위조 공기호 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죄목은 주로 자동차 번호판을 위조했을 때 적용된다.
1∙2심은 A씨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A씨 차량에 부착한 3개의 표지판들이 일반인에게는 검찰 공무수행차량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기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단순히 검찰 기호를 사용한 것만으로 공기호 위조 등 혐의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 로고는 검찰청 업무와 관련성을 나타낼 뿐, 그 자체로서는 이를 부착한 차량이 검찰 공무수행 차량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능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일반인이 오인할 수 있다고 해도 증명적 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공기호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라 A씨는 공기호 위조 혐의로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검찰청 로고를 함부로 사용하는 건 경범죄처벌법상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져 이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 A씨 측 역시 하급심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하며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경범죄처벌법으로 다시 판단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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