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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간암 조기 진단하려면… 매년 2회 2가지 검사하세요

입력
2024.02.04 07:40
수정
2024.02.05 22:5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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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5년 생존율 40% 안 돼…B·C형 간염, 알코올이 주원인

간암은 국내 발생 7위 암으로 많이 발병하는 데다 5년 생존율도 39.3%로 치료가 까다로운 '고약한' 암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간암은 국내 발생 7위 암으로 많이 발병하는 데다 5년 생존율도 39.3%로 치료가 까다로운 '고약한' 암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매년 2월 2일은 간암의 날이다. 1년에 ‘2’회, ‘2’가지를 정기적으로 검사해 간암을 초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자는 뜻이 담겼다. 2가지 검사는 간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혈청 알파 태아 단백 검사)다.

간암은 국내 발생 7위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131명으로 갑상선암, 대장암, 폐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다음으로 많았다.

사망률은 더 심각하다. 간암의 최근 5년(2017~2021) 상대 생존율은 39.3%로 전체 암 상대 생존율 72.1%의 절반을 살짝 웃돈다. 아직도 간암 환자 10명 중 6명은 5년 안에 사망한다는 얘기다. 특히 간암은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는 40~50대에서 암 사망률 1위다. 이 때문에 간암은 ‘고약한 암’으로 통한다.

◇간암 10명 중 6명 5년 이내 목숨 잃어

간암 발병 원인은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 순이었다(2022년 간세포 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성 간염 등도 원인일 수 있다. 특히 간경변은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준다. 간암 환자의 80%에게서 간경변이 먼저 발생한 뒤 간암을 앓았다.

문제는 간은 바이러스ㆍ술ㆍ지방ㆍ약물 등에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아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를 잘 보내지 않는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이유다. 간 자체에 신경세포가 매우 적어 염증이나 간암이 발생해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암이 커지면서 간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한 뒤에야 불편함을 느낀다.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지고, 황달이나 심한 피로감, 배에 복수(腹水)가 차는 증상이 두드러질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때가 대부분이다.

간암은 간 수치 혈액검사와 간암 종양 지표(AFP), 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진단한다.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이 없는 상태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간염이나 간경변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AFP와 초음파검사를 받아 간암 종양 지표가 정상 유지되는지, 새로운 병변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간암 치료는 병기나 간경변 유무에 따라 정해진다. 종양 크기가 작고 혈관 침범 등이 없는 초기 단계(암 종양이 1개이고 지름 3㎝ 이하)에 간 기능이 괜찮다면 간 절제 수술이 예후(치료 경과)가 가장 좋다.

물론 조금 크더라도 간 상태가 나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면 수술로 간을 절제한다. 또 1~2㎝ 미만의 작은 간암은 고주파 열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간암일 때도 간이식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간 절제나 고주파 열 치료를 하더라도 남은 간에서 간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간암은 아주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대부분 초기 상태를 벗어난 이후에 발견되기 때문에 현재는 간동맥화학색전술(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TACE)을 가장 많이 시행한다. 대퇴동맥을 통해 간동맥으로 카테터를 넣어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종양이 크고 혈관까지 암세포가 침범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간암이라면 경구 항암제(넥사바, 스티바가, 렌비마 등)나 주사 항암제(옵디보, 테센트릭+아바스틴 등)를 사용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절제술이나 간동맥화학색전술보다 효과가 떨어지므로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된 간암에서는 항암제를 주로 쓴다.

윤영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B·C형 간염, 알코올성 간 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기검진을 하면 조기 발견해 완치할 수 있고, 또 이들이 당뇨병이나 비만 등 대사 질환을 동시에 앓는다면 적절한 운동과 체중 조절로 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간경변 원인 B·C형 간염 예방하고 음주 피해야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경변 원인이 되는 B·C형 간염 예방이 중요하다. B형 간염은 예방백신 접종으로 예방한다. C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한다.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하지 않기 등이 중요하다. 여럿이 쓰는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알코올성 간경변을 예방하려면 과음을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 질환에 노출되면 절대 금주해야 한다. 최근 과체중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인한 간 손상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적절한 신체 활동과 식단 조절 등으로 대사성 증후군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간암은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이다. 재발하면 수술이 가능하면 절제술을 다시 시행할 수 있지만 어렵다면 단계를 하나씩 높여 간동맥화학색전술을 반복하거나 경구/주사 항암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치료한다.

남순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재발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간암 치료 후에도 CT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며 “간암은 일찍 발견해 치료 옵션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한편 40세 이상 간암 발생 고위험군은 6개월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간암 발생 고위험군은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다. 고위험군이라면 검진비는 무료 또는 10% 본인 부담금만 내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접속 후 검진 대상을 조회하면 확인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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