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주도 행정부장, 수간호사 구속
증거 위조·인멸에 허위 진술 공모도
게티이미지뱅크
부산의 한 산부인과 병원 관계자들이 생후 19일의 신생아 학대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혐의로 무더기 재판을 받게 됐다. 증거를 적극적으로 없애려고 한 병원 행정부장과 수간호사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서부지청 금융경제범죄전담부(부장 장욱환)는 증거위조, 의료법위반 등의 혐의로 범행을 주도한 부산의 한 산부인과 병원 행정부장 A(56)씨와 수간호사 B(45)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간호조무사 C(49)씨를 비롯해 병원장과 의사 등 병원 관계자 10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C씨는 2021년 2월 7일 신생아가 울고 보채자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데리고 가 귀를 잡아당기고 비틀어 전치 21일의 상해를 가했다. 이후 병원 관계자들은 이 같은 학대행위를 ‘목욕시간에 면봉으로 태지(태아의 피부를 싸고 있는 물질)를 제거하다가 발생한 상처’로 사건 경위를 조작한 뒤 은폐를 위해 증거물을 위조·인멸하고, 수사 및 재판에서 집단으로 허위 진술할 것을 공모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들은 학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새 간호기록부 차트를 만들어 수사기관에 내고, 피 묻은 배냇저고리 1장을 몰래 폐기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또 신생아의 상처가 면봉에 의해 발생한 상처로 추측된다는 취지의 허위 소견서를 작성한 후 제출했고, 공모한 간호조무사들은 재판에서 학대가 아닌 면봉에 의한 과실로 생긴 상처라는 허위 진술 지시를 받고 실제 허위 진술을 했다.
피해 아기의 부모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병원 관계자들 전부가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며 3년간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찰은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간호기록부와 수사기관에 제출된 간호기록부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해 조직적 사건 은폐 정황을 포착했다. 수간호사 B씨가 간호조무사에게 “작당 모의한 거에 대해 수사를 다시 들어가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리는 이미 작당 모의 다하고 은폐 등을 해 건널 수 있는 타이밍을 다 놓쳤다”는 취지로 말한 통화 녹취 내용 등도 확보했다.
문제의 병원은 2022년 11월에도 생후 13일 된 아기가 처치대에서 떨어져 다치게 한 뒤 부모에게 뒤늦게 사고 사실을 알려 병원 관계자 3명이 과실치상과 모자보건법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금고 6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2014년에는 신생아가 화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해당 병원 관계자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수간호사 B씨가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처벌받기도 했다. 이 병원은 지금도 정상 운영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