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따라 출렁이는 교육재정]
교육계는 봉급교부금 부활·보정 강화 거론
재정당국, 학령인구비율 직접 연계 제안
'교부금 연계' 조 단위 정책사업도 변수
"중장기적 교육 재정 계획 필요" 지적
국가 경제 사정에 따라 부침을 겪는 교육재정 수지에 안정을 기하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 세수와 연동한 현행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교육교부금제 개편안으로 전문가 그룹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①봉급교부금(인건비 전용 교부금) 부활 ②교부액 보정 강화 ③학령인구 연동 교부제다. 다만 학령인구 감소, 인공지능(AI) 교육 강화 등 다차원 격변기에 적정한 교육재정 규모를 두고 관계부처는 물론 전문가 간에도 입장이 엇갈리다 보니, 이들 대안도 서로 방향차가 뚜렷하다. 그럼에도 학생·학급 등 교육 수요 변동 추이, 미래 교육 정책에 따른 소요 재정 등을 정밀하게 추정해 중장기적인 교육재정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적다.
①인건비는 따로 보장 '봉급교부금' 부활론
'봉급교부금 부활론'은 시도교육청에 교육교부금을 줄 때 고정지출비는 실수요를 반영해 지급하고, 나머지 예산만 국세 수입과 연동해 지급하자는 제안이다. 교육재정 지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인건비를 비롯한 고정비를 내국세 증감과 무관하게 따로 산정한다면, 전체 교부금에서 내국세와 연동되는 비중이 감소해 재정이 안정된다는 논리다.
쉽게 말해 경기가 나빠 내국세가 줄더라도 교육청이 빚을 내지 않고도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고, 반대로 내국세가 늘어도 교육청의 여윳돈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질 거란 얘기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육교부금은 늘어날 때보다 줄어들 때가 문제"라며 "교부금이 줄어들면 교육청이 운영비나 시설비를 인건비로 돌려쓰게 되는 만큼,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 전체 예산의 70%가 교육교부금으로 충당되는 현실에서, 실제 교육청 세출 가운데 인건비, 학교전출금(일선 학교 교부금) 등 고정비 비중은 2017~2021년 합산 75.1%, 교부금이 크게 증액된 2022년에도 64.9%에 달했다. 세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이 기간에 매년 2조 원가량 늘었다.
봉급교부금제를 옹호하는 이들은 교육교부금을 지금처럼 통째로 주지 말고 '인건비 교부금' '교육환경개선 교부금' 등 지출항목별로 나눠 지급하자고 제안한다. 국내에서 이미 시행한 적이 있어 현실성이 있다고도 주장한다. 2004년 이전까지 교육교부금은 봉급교부금, 증액교부금, 경상교부금으로 나눠 지급됐는데, 이 가운데 세수에 연동되는 경상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11.8~13.0%였다. 현행 교부율 20.79%보다 훨씬 낮아 세수 변동에 덜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
②남으면 걷고 모자라면 보태는 보정제도 강화
내국세 연동 방식을 유지하되, 세수가 과도하게 늘거나 줄었을 때 교육교부금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보정 제도를 두자는 대안도 거론된다.
지난해부터 3년 기한으로 운용되고 있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도 일종의 교육교부금 보정제다. 2022년 세수 호조로 교부금이 급증하자 그해 말 국회는 늘어난 교부금을 대학 재정 지원에 활용하자며 고특회계를 신설했고, 시행 첫해인 지난해 교부금에서 1조5,000억 원가량을 전입금으로 받았다. 그러나 고특회계는 교부금 감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세입 항목을 구성한지라, 운용 2년 차인 올해는 교부금이 줄었는데도 전입금은 오히려 늘어나 교육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교육교부금법에는 교부금 감소에 따른 추가 지원 조항이 있지만 '불가피한 사유로 인건비가 크게 달라질 때 보정한다'라는 모호한 단서 탓에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보정 기준을 정하자는 제안이 국책연구기관에서도 나온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재정연구실장은 "교부금이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의 2배 이상 증가했다면 초과분은 교부하지 않고 고등교육에 쓰고, 크게 감소했다면 인건비 충당분은 국고에서 보전해주는 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는 '인건비 증가액이 전체 교부금 증가액보다 클 경우' 교부금 부족분을 보정한다는 교육교부금법 개정안(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 발의)이 계류돼 있다.
③교부금을 학령인구 감소와 연계
교육교부금 액수를 학령인구 감소와 연동시키자는 제안은 교부금이 급증하던 2021~2022년에 재정당국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기획재정부는 2021년 말에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교부금 증가 추세를 고려해 교부금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을 받는 학생이 줄어들고 있는데 교부금을 마냥 늘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같은 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교부금 산정 방식은 교육 수요자(학생)의 절대적 규모가 감소하는 인구구조 변화 추이를 반영하도록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며 기재부 논리를 뒷받침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교부금 총액을 정할 때 '전년도 총액'에 '전년도 경상GDP 증가율'과 '전년 대비 6~17세 학령인구 비중'(당해 학령인구비율을 전년도 학령인구비율로 나눈 값)을 곱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45도 각도로 올라가던 교부금을 20도 정도로 낮추자는 얘기"라며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단 늘리되 수요자 변화를 반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 이후로는 교부금 개편 방침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중장기 교육정책하에 교부금제 점검해야"
주로 교육계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봉급교부금제와 교부금 보정제, 재정당국이 제안하는 학령인구 연동제는 교부금 증액 기조를 유지할지에서부터 입장을 달리한다. 이는 교육 수요 변동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시각차에서 비롯한다.
가령 재정당국은 학생 수 감소세를 교부금 산정의 핵심 변수로 보는 반면, 교육계는 교육과정 운영의 기본단위인 학급 수 추이에 주목한다. 실제로 최근 10년간(2014~2023) 학생 수는 628만 명에서 520만 명으로 100만 명 이상 감소한 데 비해, 학급 수는 23만5,795개에서 23만5,535개로 큰 변화가 없다. 같은 시기 학교 수는 1만1,446개에서 1만1,819개로 증가했다. 통폐합이 가능한 소규모 학교 수, 택지 개발에 따른 학교 신설 전망을 두고도 양측의 판단은 엇갈린다.
대형 교육정책 사업도 교부금제 개편의 중대 변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논의가 소강 상태지만, 당장 올해부터 교부금에 연동된 조 단위의 정책 예산을 정부와 교육청이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새로 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유보통합에 드는 비용을 교부금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인데, 2026년부터 매년 2조1,000억~2조6,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고교생 1인당 연 160만 원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는 '고교 무상교육'은 2019년 실시 이후 매년 2조 원가량의 예산을 국가와 교육청이 47.5%씩(지자체가 5%) 부담하고 있는데, 분담 비율을 규정한 교부금법 특례 조항이 올해까지만 유효하다. 교부금을 대학에 지원하는 고특회계는 2025년 종료될 예정이지만, 대학들은 고특회계를 상시화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교부금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환경을 감안할 때, 교부금 제도를 단기적 상황 논리보다는 중장기적 교육정책에 바탕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이후만 해도, 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률이 두 차례 변경됐고 고특회계 신설, AI 교육 특별교부금 확대를 포함하면 매해 한 번꼴로 교부금 제도가 바뀌었다.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10년 단위로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짜니, 그에 맞춰 교부율 등을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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