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촬영 전문업체가 길에서 구조한 고양이
카라 "어린 동물까지 에이전시 대여하는 점 우려"
"고양이 장면 보면서 너무 아파 보여 걱정됐어요." "제발 엄마 있는 새끼 고양이 데려와서 촬영한 게 아니길."
케이블 채널 tvN이 방영 중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속 등장하는 새끼 고양이의 출연 장면은 어떻게 촬영됐을까.
동물권행동 카라는 29일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으로부터 받은 고양이 동원 과정 및 촬영 이후 조치 등의 답변을 공개했다. 앞서 카라가 운영하는 '동물 출연 미디어 모니터링 본부'와 온라인 카페에는 방송 장면 중 아파 보이는 새끼 고양이의 건강 상태 및 촬영 과정에 대해 많은 시민의 우려가 제기됐다.
방송에는 주인공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장면이 나오며 아주 약한 모습의 새끼 고양이가 점점 커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카라가 공개한 제작사 측 답변에 따르면 출연한 고양이는 동물 촬영 전문업체(에이전시)를 통해 섭외됐다. 에이전시가 길에서 구조해 보호 중이던 새끼 고양이와 낯가림이 덜한 성묘가 함께 출연했으며 지금도 에이전시에서 건강히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게 제작사 측 답변이다.
제작사는 또 촬영 전 에이전시와 대본을 상의하고 고양이와 맞지 않는 스트레스 요인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차량과 고양이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따로 촬영해 교차 편집하고, 에이전시의 동물전문가가 수분 및 사료 섭취, 휴식 등을 담당해 컨디션을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카라는 "촬영 전 대본 단계부터 고양이 스트레스 요인을 점검한 것은 다행이지만 환경 변화에 취약한 어린 동물까지 에이전시에 의해 대여되는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새끼 고양이의 나이, 백신접종 여부, 새끼 고양이를 위한 안전지침 준수 등에 대한 질문에 제작사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카라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디어에 출연하는 동물 중 약 44%는 동물 촬영 전문업체에서 섭외된다. 어린 동물의 경우 미디어 출연에 적절한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낮고, 업체의 지속적인 돌봄을 받기 어렵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단체는 "동물을 소품으로 여기는 업체들도 많기 때문에 동물 촬영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라의 동물 출연 미디어 모니터링 본부는 지난해 시민의 제보에 따라 영화 '헤어질 결심'(모호필름) 속 자라,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2' 속 닭, 영화 '마루이 비디오'(발포플랜) 속 닭의 촬영 과정에 대해 제작사에 질의해 답변을 공개한 바 있다. 앞서 카라는 헤어질 결심의 경우 "스트레스에 취약한 자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안전이 보장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웨이브 측은 "사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실천하겠다", 발포플랜은 "저예산으로 컴퓨터그래픽(CG)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카라는 "MBC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에는 개가 일부 출연하지만 정교한 연출은 실제 동물 배우의 연기 대신 CG로 구현했다"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CG 활용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은 반갑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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