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레-오를라 기초단체장 결선 투표서 역전패
‘이민자 추방 계획’ 의혹으로 비판 여론 직면
해체 요구 시위 물결… 전국 선거 영향 촉각
이른바 ‘신(新)나치 비밀 회동’ 파문을 일으킨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올해 첫 기초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예상 외의 역전패를 당했다. 반(反)이민을 기치로 내세워 한창 기세를 올리던 극우 세력이 독일 사회에 거세진 ‘극우 견제’ 여론에 직면해 코너로 몰리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이날 튀링겐주(州) 남동부 잘레-오를라 지역 단체장 선거 결선 투표에서 제1야당인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기민당)의 크리스티안 헤르고트 후보가 득표율 52.4%를 얻어 당선됐다. 우베 트룸 AfD 후보(47.6%)를 4.8%포인트 차로 제쳤다.
2주 전 1차 투표, 12.4%p 열세 딛고 '대역전'
이 같은 결과는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4일 1차 선거에서 헤르고트 후보의 득표율은 33.3%에 그쳤다. 반면 트룸 후보는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45.7%로, 2위였던 헤르고트 후보보다 무려 12.4%포인트나 높았다. AfD에 있어 튀링겐주는 최근까지도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텃밭’이다. 특히 유권자 6만6,000여 명인 소도시 잘레-오를라는 노동 인구의 40%가량이 최저임금을 받는 등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연방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곳이다.
결선 투표에서 역전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던 싸움이 2주 만에 뒤집힌 배경으로는 독일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이민자 추방 계획 모의’ 논란이 꼽힌다. 지난해 11월 AfD 인사들이 나치 후계를 표방하는 신나치주의자와 비밀리에 만나 이민자들을 해외로 몰아내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이달 10일 현지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이후 독일 전역에선 AfD를 파시즘으로 규정, 해산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튀링겐주는 물론, AfD 지지 기반인 다른 옛 동독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AfD 반대 여론이 잘레-오를라 투표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AfD를 막겠다’는 성난 유권자들이 결집한 결과, 이번 선거 투표율은 2018년의 두 배 수준인 69%에 달했다.
AfD 계획에 '제동' vs '극우 결집 계기'
영국 가디언은 “잘레-오를라 투표 결과가 독일 정치권에서 매우 면밀히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도시 민심에 불과하다 해도, 이곳에서 확인된 반극우 여론이 향후 전국 단위 선거로 뻗어나갈 것인지 가늠해 볼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3년 설립된 AfD는 지난해 6월 튀링겐주 조네베르크시 선거에서 승리, 창당 10년 만에 처음으로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다. 이번 선거도 승리한 뒤, 올해 9월 튀링겐·작센·브란덴부르크주 등 3곳의 주 선거까지 그 여세를 이어가려던 AfD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는 진단도 나온다.
반대로 극우 세력 결집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전국적인 반대 시위 물결에도 불구, AfD는 오히려 당원 숫자를 늘리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AfD 지지율은 약 1.5%포인트 감소한 21.5%였지만, 기민당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정당”이라고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