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영화 '고멘나사이', 6월 공개 목표
재미·감동 위주로 위안부 문제 풀어내
이 할머니 "열심히 배워서 연기하겠다"
"일본 사람이 사과하면 얼마나 좋아하실까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그려낸 장편영화가 제작된다. 그간 위안부 문제를 조명한 영화는 더러 있었지만, 이번엔 피해 당사자로서 지금도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용수(95) 할머니가 '배우'로 출연해 더 큰 관심을 끈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동철 감독은 6월 시사회 공개를 목표로 '고멘나사이(ごめんなさい·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장편영화를 만든다. 1시간 30분 정도 분량으로 일부 제작비는 크라우드펀딩 형식으로 충당한다. 현재 배우 조은숙과 개그맨 유재필, 안무가 홍영주가 캐스팅됐고, 나머지 배역도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5월까지 촬영과 편집을 마무리하는 등 절차가 순조로우면 6월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을 비롯해 이 할머니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시사회를 열 계획이다. 프랑스 칸, 부산 등 국제영화제 출품도 목표로 세웠다. 백 감독은 통화에서 "조계종, 나눔의집 등과 논의하다 일본군위안부 및 여성인권 문제를 알릴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제작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동명(고멘나사이)의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썼다가, 제작사 등과 상의한 끝에 장편영화용으로 내용을 새롭게 각색했다.
영화는 한 위안부 여성의 신산한 인생을 알게 된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관객에게 딱딱하게 다가올 수 있는 주제를 무겁지 않고 감동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2017년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아이캔스피크', 2018년 일본의 첫 책임 인정을 이끌어낸 내용의 '허스토리', 2019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등 영화들과 다소 다른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들여다볼 생각이다. 백 감독은 "위안부를 주제로 한 영화로는 새 장르가 될 것"이라며 "코믹에서 감동으로 넘어가게 서사 구조를 짜 관객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변변한 사죄조차 안 하는 일본 정부를 향해 아이가 "일본 사람이 사과하면 얼마나 좋아하실까요"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10컷 남짓한 장면에 출연한다. 위안부 피해자가 기록영상에 등장한 적은 있으나, 배우로 분한 건 처음이다. 이 할머니도 영화 출연에 기대를 표하며 대사와 연기 연습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전문성은 없지만, 할 수 있는 부분은 열심히 배워서 연기할 것"이라며 "이번 영화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감독은 "스태프들의 열정도 충만하고, 주변 응원 역시 쇄도하고 있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고, 관객들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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