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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끄는 데 8시간 걸린 '전기버스'... 보급 늘지만 화재엔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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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끄는 데 8시간 걸린 '전기버스'... 보급 늘지만 화재엔 속수무책

입력
2024.01.26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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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모를 화재 일주일 새 두 번 발생
감전 위험 등 걸림돌...진압 오래 걸려
말뿐인 대응 지침, "예방 대책 세워야"

12일 경기 안양시 소재 운수회사에서 정차된 전기버스에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하고 있다. 경기소방본부 제공

12일 경기 안양시 소재 운수회사에서 정차된 전기버스에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하고 있다. 경기소방본부 제공

'펑!'

12일 오후 9시 경기 안양시의 한 버스차고지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충전 중이던 전기버스 상단에 있는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수십 대의 소방차가 밤새 동원됐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8시간 넘게 물을 뿌린 뒤에야 겨우 진압됐다.

다 끝난 줄 알았던 불은 20일 다시 타올랐다. 감식을 기다리던 버스에서 불이 나 또 소방차가 출동해 40분 동안 진화에 매달려야 했다. 버스 상단부만 태웠던 첫 화재와 달리 이번엔 내부까지 완전히 타버렸다. A운수회사 관계자는 "구입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최신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그나마 승객이 없을 때 사고가 일어나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씁쓸해했다.

전기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전기버스 도입도 확대되고 있다. 친(親)환경과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추세에 맞춘 바람직한 기종 전환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다. 화재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불길 확산 속도가 빠른 반면 진압은 더디다. 특히 전기버스는 많은 승객을 태우는 특성을 감안할 때 대형 화재 발생 시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데도, 대응 매뉴얼은 부실하기 짝이 없어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확산 일로 전기버스... 화재 진압은 고역

전기버스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보급이 계속 늘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141대에 불과하던 전기버스는 2023년 7,992대로 57배 폭증했다. 양적 성장까지는 좋았으나, 화재도 덩달아 증가했다. 전기차(전기버스 포함) 화재는 2020년 11건에서 2022년 44건으로 급증하더니 지난해엔 상반기에만 42건을 기록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전기차와 전기버스 운행이 많아지면서 관련 화재 출동 빈도도 잦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전기버스 화재는 속출하고 있다. 2021년 8월 전북 전주시에서는 버스기사와 승객이 탄 전기버스에 불이 붙어 버스가 전소됐고, 2022년 12월 경북 김천시 유치원에서는 통학용 전기버스 화재로 원생 등 42명이 급히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전기차 화재 발생 현황

전기차 화재 발생 현황

전기차 화재 진압이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드는 건 내연기관과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방청이 발간한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를 보면, 전기버스는 차량 상단에 배터리가 달려 있어 소방 고가차(사다리차)를 동원해 불을 꺼야 한다. 감전 위험 탓에 사람이 버스 지붕 위에 올라가는 진압 방식은 금지된다. 일반 전기차는 화재 차량을 수조에 담가 진화하기도 하지만, 차체가 큰 전기버스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12년 차 김준경(39) 소방관은 "전기차는 화재 진압에 필요한 장비도 많아 3배는 더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높은 위험에도 현장 매뉴얼은 있으나 마나

하지만 전기버스 공급업체와 지자체가 운수회사에 보급하는 화재 대응 매뉴얼은 있으나 마나다. '화재가 발생하면 소화기를 사용하되, 초기 진압이 불가하면 곧바로 대피해 소방을 비롯한 응급기관과 서비스 센터에 연락하라'는 안내가 매뉴얼의 전부다. 피해 확산의 핵심 척도인 버스기사의 초동조치 등 구체적 지침은 전무하다. 화재 당시 자리를 지켰던 A운수회사 관계자는 "차량 위는 층고가 높아 소화기를 사용할 수 없었고, 서비스센터는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며 "긴급 대응체계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물리적 걸림돌이 많은 전기버스 화재 속성상 예방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버스 차체에 관련 장치 구비를 의무화하거나, 반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차량 생산업체가 온도 변화를 감지해 소화약재를 뿌리는 센서를 부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전기버스에 불이 나면 배터리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된다"면서 "신속한 대피가 관건인 만큼 망치 등을 활용한 적극적 탈출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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