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서 美 반도체 中 우회 수출 첫 덜미
내수용 수입해 견본품으로 둔갑시켜 수출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미국산 반도체 집적회로(IC)칩을 내수용으로 수입한 뒤 중국에 밀수출한 유통사 임원들이 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해외산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한 우회로로 한국을 이용한 정황이 세관에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본부세관은 해외 전자부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A사의 40대 대표와 임원을 대외무역법, 관세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A사를 운영하면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내 통신장비 개발업체를 통해 내수용으로 수입된 미국산 통신용 반도체 IC칩을 사들인 뒤,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144회에 걸쳐 항공편을 이용해 중국으로 밀수출했다.
A사를 통해 밀수출된 반도체 IC칩은 9만6,000개로 금액으로는 139억 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5만3,000개(118억 원 규모)는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물품이었다고 세관은 설명했다. 전략물자는 대량살상 무기개발·제조에 쓰일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로, 국가안보 차원에서 수출입이 까다롭게 관리된다.
미국 반도체 제조사가 생산한 해당 IC칩은 한국 공식 유통대리점을 통해서만 국내에 공급되는 물품이다. 공식 유통대리점이 수입자로부터 최종사용자 확인서, 재수출금지 각서를 제출받아 유통관리를 하기에 A사처럼 최종사용자가 아닌 경우 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A사는 국내 통신장비 개발업체에 필요 이상의 IC칩을 한국 공식 유통대리점을 통해 정식 수입하게 한 후, 초과 물량을 공급받아 밀수출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매입한 IC칩은 소규모로 포장, 견본품으로 위장해 중국에 내보냈다. 수출을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허가도 받지 않았다.
수익을 챙기는 방식도 치밀했다. 이들은 400만 원 상당에 불과한 저가 반도체소자를 홍콩으로 수출하면서 세관에는 75억 원으로 부풀려 허위신고한 뒤 꾸며낸 증빙자료를 은행에 제출하는 식으로 밀수출 대금을 수령했다. 나머지 금액은 환치기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탁해 반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에의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우회수출 통로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보분석을 통해 전략물자와 수출통제 우범품목의 밀수출 및 부정수출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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