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지 7곳 중 3곳만 아직도 '조성 중'
제도 변경해 올해 재추진... 내달 선정
"악취 해소 더불어 체계적 방역 기대"
최근 충남 논산 광석면의 양돈농장 13곳이 함께 자발적으로 2년간 문을 닫기로 했다. 연중 쉼없이 돌아가는 축사 일정을 감안하면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정이었다. 휴업 기간 이들은 낡은 농장을 '스마트 축산단지1'로 탈바꿈시킬 참이다.
결정의 배경은 다름 아닌 냄새 때문이다. 직선거리로 약 4km 떨어진 도심권에서 최근 3년간 축산 악취 민원이 200건이 넘게 제기됐다. 17일 현장에서 만난 강재호 광석단지영농조합법인 이사는 "우리 돈 벌자고 남에게 더 이상 피해를 입히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닫고 '재건축'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2년 간 문닫고 스마트 단지로 변신하겠다"
7만5,300㎡ 부지에서 돼지 3만 마리를 키워온 광석면 양돈단지는 1993년 국산 돼지고기를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조성됐다. 단지는 매일 배출되는 분뇨 150톤을 모두 정화했지만, 준공 30년이 지나면서 유지·보수가 힘들 정도로 축사가 낡고 곳곳에 오염물질이 들러붙었다. 분뇨를 애써 정화해도 냄새를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농장주들은 논산시를 통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추진할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했다. 광석단지 악취로 수년 간 속앓이를 해온 논산시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스마트 축산단지 추진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낡고 난립한 축사 관리를 위해 2019년에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지자체 7곳이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지로 선정됐으나, 현재 단지가 지어지고 있는 곳은 충남 당진, 강원 고성, 전남 고흥 뿐이다. 함께 선정됐던 4곳(강원 강릉과 평창, 경북 울진, 경남 합천)은 중도 포기했다. 배정됐지만 쓰지 못한 예산(불용액)도 214억여 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을 완료하고 운영 중인 곳은 아직 없다"고 했다.
사업 불발의 주된 이유는 악취 문제였다. 노후 축사들이 내뿜는 냄새로 고통 받아온 인근 지역민들이 단지 조성에 반대한다는 민원을 넣었다. 울진과 평창, 합천이 그랬다. 사후관리 체계도 미흡했다. 가령 조성된 스마트 축산단지 옆에 도로가 생기거나 토지 이용 규제가 완화해 주거지, 산업단지 등으로 개발될 경우 또 악취 민원이 빈발할 우려가 상존했다.
조성 요건 완화... 노후 축사 재건축도 가능
농식품부는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제도를 변경했다. 지자체장이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지를 포함해 축산업을 계획적으로 육성할 지역을 '축산지구'로 정할 수 있게 했다. 17일까지 입법예고된 해당 시행령엔 "축산지구를 지정할 때는 농촌 마을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주변에 형성된 주거지 등의 환경 훼손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전에는 15만㎡ 내외 부지에만 스마트 축산단지를 지을 수 있었는데, 이젠 3만㎡에도 허용된다. 기존 단지를 없애고 새로 스마트 단지를 지어야 했던 규정을 올해부터는 재건축도 가능하게 바꿨다.
단지가 계획대로 조성된다면 악취 문제 해소는 물론 체계적인 방역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인복 서울대 농생명대 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축사 시설 집적화가 전제인 만큼 악취와 질병 차단을 위한 단일 관리 시스템 뿐 아니라 각종 분쟁 발생 가능성도 시뮬레이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마트 추진단지 대상지는 내달 선정될 예정이다.
- 1 스마트 축산단지
- 각종 정보기술(ICT)장비와 악취저감 시설을 갖추고, 빅데이터로 농민의 사육 노하우를 대체해 가축 건강을 통합 관리하는 '지능형' 축사들로 이뤄진 축산농가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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