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엄마' 타이틀 얻은 김미경
"딸과 나는 베스트 프렌드"
배우 김미경에게는 놀라울 만큼 많은 자녀들이 있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장나라 김태희 박세완 차지연 박규영 등을 작품에서 만나 모녀 호흡을 맞췄고 이들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미경이 따뜻한 엄마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기 때문일까. 그는 엄마를 일찍 잃은 네티즌들에게 '안겨보고 싶다'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곤 한다. 김미경의 온기는 작품 속 자녀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까지 온기를 전하는 중이다.
김미경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씨엘엔컴퍼니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자신과 출연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최근 '닥터 차정숙' '사랑한다고 말해줘' '웰컴투 삼달리' '이재, 곧 죽습니다'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현재는 '밤에 피는 꽃'을 통해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국민 엄마' 김미경
수많은 작품에서 어머니 연기를 해온 덕에 감미경은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김미경은 "들어오는 역할 중 엄마가 90%를 차지한다. 엄마가 아닌 다른 것들도 해보고는 싶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런 걸 주는 듯하다"면서 웃었다. 그는 맡은 캐릭터의 비중이 큰지 작은지, 어떤 인물인지에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해내려 노력한다. 그러는 동안 수많은 딸들을 두게 됐다. 김미경은 장나라 김태희 박세완을 언급하며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다. 다 내가 좋아하는 후배님들이다. 날 잡아서 만나고 집에 놀러 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박규영 또한 그가 응원하는 딸이다.
김미경은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가 민망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출연한 작품을 )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런 수식어가 붙을 때 '내가 시청자분들이 보시기 나쁘지 않게 해냈구나' 싶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은 왜 이러한 수식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엄마 서사에 열광하는 걸까. 김미경은 "엄마에 대해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저는 엄마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주가 돼 주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등 돌려도 엄마 한 명만은 팔 벌려 안아주잖아요. 웃기는 드라마 대사 같죠? 그렇지만 엄마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 어떤 경우에도 자식을 버리지 않을 단 하나의 존재라고 믿어요."
김미경의 엄마와 딸
김미경은 실제로는 어떤 엄마일까. 그는 자신과 딸이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했다. "무늬만 베스트 프렌드가 아니다. 보통 부모님한테는 말 못 하고 친구들과 비밀 얘기를 하지 않나. 반대로 내 딸은 나한테 모든 얘기를 한다"는 게 김미경의 설명이다. 김미경이 "넌 엄마가 왜 좋니?"라고 물으면 딸은 "개그맨이라서 좋다"고 답한다. 드라마 속 우아한 엄마의 모습을 보고 "너도 저런 엄마를 바라는 거 아니니?"라고 하면 "절대 아니다"라는 말이 돌아온단다. 김미경과 딸 사이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미경은 "개그맨 엄마가 돼 주고 있다"면서 미소 지었다. 아울러 "이 친구(딸)가 글을 싸서 (나랑) 분야가 다르지 않은 듯하다. '좋은 글 써서 엄마랑 일하자'고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김미경에는 따뜻한 엄마가 있다. 나이가 많아 몸에 불편한 곳이 있어도 여전히 김미경을 걱정한다. 김미경은 "우리 엄마를 보면서 지금의 엄마가 된 듯하다. 96세이고 거동은 불편하지만 정신이 멀쩡하다. 해마다 바쁜 딸한테 마늘을 찧어 주셨는데 (지금은) 연로하셔서 못 하시고 걱정하신다. '미경이 해줘야 하는데'라고 하신다"고 밝혔다. 김미경은 10세에 아빠를 잃었는데 엄마는 그만큼 더 큰 사랑을 줬다. 그는 "네 자매가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며 슬퍼하고 힘들어하지 않도록 아버지 몫까지 우리를 품어 키워 주셨다. 난 그렇게 못할 것 같다. 정말 따뜻함으로 우리를 품으셨던 듯하다"면서 엄마를 향한 존경심을 내비쳤다.
김미경이 받은 DM
'국민 엄마'의 역사는 2004년 방송된 SBS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로 시작됐다. 그는 이 작품의 감독이 류승범의 엄마를 연기하라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마흔을 갓 넘겼던 김미경은 '20대가 된 아들을 둔 엄마를 하라고?'라는 생각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곧 '겁은 나지만 한번 도전해보자'고 마음먹었다. 28세에 연극 무대에 올라 할머니를 연기했을 때를 떠올리며 '내 나이의 캐릭터만 할 수는 없다.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는 게 연기다'라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김미경은 "그거 한 이후로 약속이나 한 듯이 엄마 역할이 계속 들어오더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시청자들을 만난 '웰컴투 삼달리'와 '이재, 곧 죽습니다'에서도 그는 엄마를 연기했다. 각 드라마마다 전달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는 김미경은 '웰컴투 삼달리'를 통해서는 따뜻함과 행복을 안기길 원했다고 밝혔다. '이재, 곧 죽습니다'에 대해서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지 않나. 그런데 제발 소를 위해 대를 희생했으면 좋겠다. 내 소신 중 하나다. 사실 소도 우리에게 중요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힘든 이들에게 "강하게 살아남아 줬으면"이라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국민 엄마'로서 온기를 전해왔던 김미경은 '내가 내뱉는 대사가 진심인가, 이게 감정의 끝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진심이 통했기 때문일까. 김미경은 그의 연기에 위로받은 시청자들의 DM을 받기도 한다. "'나도 한번 안겨보고 싶다'는 말을 듣곤 해요. 엄마가 일찍 세상을 뜨신 분이거나 사랑을 못 받으셨던 분들이 그런 얘기를 하시죠. 그럴 때 마음이 아프고 안아드리고 싶어요. '내 진심이 닿았나 보다'라는 생각도 합니다. 연기는 그런 척을 하는게 아니라 정말 그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