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중동 바람에 흔들렸던 자존심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요르단전에서 힘겹게 무승부에 그친 클린스만호는 말레이시아와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시원한 승리를 선언했다. 다만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선 첫 경기에서 받은 무더기 옐로카드 관리와 훈련 등에서 발생한 줄부상에 따른 선수 활용법이 관건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말레이시아와 경기를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23위, 말레이시아는 130위다. 하지만 한국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김판곤 감독의 전술 아래 말레이시아는 호락호락하게 경기를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패' '무득점'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우승 후보로 꼽히는 한국을 상대로 최상의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상대 전적은 26승 12무 8패로 한국이 우세하지만, FIFA 랭킹 87위 요르단이 한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아시안컵에서 쉬운 상대는 없다는 게 증명됐다.
한국은 사실상 16강 진출이 확정적이다. 말레이시아에 져서 조 3위가 되더라도 이미 승점 4를 확보해 각 조 3위 팀 중 상위 4개 팀에 속해서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 2위 12개 팀을 비롯해 각 조 3위 팀 중 상위 4개 팀은 16강에 진출한다.
이에 따라 클린스만호는 선수 기용에 있어서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우선 옐로카드 관리다. 8강까지 옐로카드가 유지되는 만큼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규성(미트윌란) 박용우(알 아인) 이기제(수원 삼성) 황인범(즈베즈다) 오현규(셀틱) 등이 받은 7장의 카드는 관리가 필요하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2가지다. 이들 선수들이 말레이시아전에 출전해 경고를 받는 이른바 '카드 세탁'을 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16강전에 나설 수 없다. 16강전은 한국이 조 1위가 될 경우 D조 2위가 유력한 일본과, 조 2위면 F조 1위가 유력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만날 가능성이 있다. 두 팀 모두 힘겨운 싸움이 예상돼 8강전을 염두에 둔 '도박'을 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아니면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 자리를 로테이션으로 채울 수 있다. 미드필더 박용우와 황인범 자리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인 박진섭(전북 현대)과 홍현석(헨트)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기용하는 것. 박진섭은 수비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도 뛴 경험이 있다. 손흥민 조규성 오현규의 자리는 황희찬(울버햄프턴) 양현준(셀틱) 문선민(전북 현대)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엉덩이 근육 부상을 입은 황희찬은 지난 17일부터 훈련에 합류하면서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요르단전에 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문제는 풀백 등 수비진이다. 일단 왼쪽 풀백인 이기제가 요르단전에서 오른쪽 허벅지 근육(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김진수는 이달 초 훈련 도중 왼쪽 종아리 부상을 입어 회복 중이다. 둘의 말레이시아전 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른쪽 풀백 김태환(전북 현대)도 몸상태가 좋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이 '스리백' 가능성을 언급한 이유다. 미드필더지만 중앙 수비와 풀백 모두 소화 가능한 이순민(대전하나시티즌)을 풀백 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김태환이 돌아와 준다면 금상첨화. 김민재 대신 김영권과 정승현이 중앙을 지켜주고 설영우 김태환이 좌우 측면을 맡아준다면 울산 HD의 리그 2연패를 이끈 포백라인도 기대해 볼 만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24일 팀 훈련에 앞서 "말레이시아전은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만 꼭 승리해 조 1위로 16강에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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