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전 장관은 징역 1년 2개월
명단 송부 등 직권남용 혐의 무죄
법정구속 피한 金 "재상고하겠다"
박근혜 정부 때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원심보다 감형됐지만, 김 전 실장은 재상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 원종찬 박원철 이의영)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실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이 고령인 데다 재판에 성실히 출석한 점 등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겐 징역 1년 2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문화·예술계에 이념적 성향과 정치적 입장 등에 따라 차별적 지원을 했다"고 이번 사건을 규정하면서 "그로 인해 다수 인사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 등은 당시 정부에 비판적 단체나 예술가들의 이름과 지원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게 한 혐의로 2017년 기소됐다. 1심은 지원배제 사유 부분만 유죄로 인정해 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는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를 추가로 인정해 징역 4년으로 형량을 늘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1월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을 이유로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출판진흥원 직원들에게 각종 명단을 송부하게 한 행위 △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 직원이 지시를 받고 한 일이 의무가 없는 것인지를 판단할 때는 해당 업무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 사안별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성립한다. '의무 없는 일' 판단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환송 전 하급심이 유죄로 판단한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및 문예기금 지원심의 △2014·2015년 세종도서 선정 등 과정에서 블랙리스트를 보내고, 보고받은 일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예술위 등은 문체부 지시에 협조할 의무가 있고 2014년 이전에도 문체부 지시에 따라 공모사업 신청자 명단을 송부했다는 (예술위 직원 등의) 진술이 있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나머지 혐의는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상당 기간 재판이 지연되고 약 7년 동안 재판이 이뤄진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선고 후 김 전 실장은 취재진에게 "재상고할 것"이라는 짧은 입장만 내놨다. 파기환송심은 2021년 1월 시작됐지만 사건 공소유지를 맡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에 휘말리며 사임해 지연되다 지난해 7월에서야 재판이 재개됐다. 공소유지 주체는 박 전 특검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승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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