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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학교 '휴대폰 갈등'... 교장들이 인권위 권고 무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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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학교 '휴대폰 갈등'... 교장들이 인권위 권고 무시하는 이유

입력
2024.01.2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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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휴대폰 강제 수거 인권 침해"
학교 43%가 '학칙 개정' 권고안 거부
교권침해 등 각종 문제 탓 제재 강화
"학생 의견 반영, 관련 학칙 마련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산의 한 중학교에 학생의 휴대폰 소지를 막은 생활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으나 학교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규제도 교육의 방편”이라는 건데,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는 반론도 상당하다. 특히 최근 교권침해 논란과 맞물려 휴대폰을 학내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전자기기 사용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를 두고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제 지나쳐" vs "교육의 수단"

인권위는 23일 성명을 통해 “부산 A중 학생이 낸 등교 시 휴대폰 수거 및 일과시간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한 권고를 학교장이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인권위는 해당 조치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면서 ‘학생 기본권 및 통신 자유 제한’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의 자율적 관리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제 규제도 교육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응수했다. 학생들이 휴대폰을 계속 소지하고 있으면 교권침해, 불법촬영, 미성년자 사용 불가 프로그램 접속 등 각종 부작용이 생겨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학내 휴대폰 갈등은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강화 분위기가 커지면서 더욱 불붙었다. 교육부는 같은 해 8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발표하면서 “교육목적 사용 등을 제외하고 수업 중 휴대폰 사용 금지 원칙에 불응하는 학생의 기기를 분리·보관할 수 있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당국의 의지에 학교들도 강경 대응 쪽으로 기울었다. 실제 지난해 인권위가 관련 학칙 개정을 요구한 학교 56곳 중 24곳(43%)이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광주의 한 고교는 한 해에만 불법촬영 사건 2건이 발생하는 등 학생 안전을 위해 합의하에 만든 학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대구지역 3개 고교도 권고를 불수용했다.

학생인권조례와 충돌... 절충 쉽지 않을 듯

지난해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시간에 교단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SNS 영상 캡처

지난해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시간에 교단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SNS 영상 캡처

그러나 휴대폰 사용의 각론을 둘러싸고 시각차가 커 절충점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각 시·도교육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휴대폰 소지·사용을 금지해선 안 되고, 동의 없이 압수할 수 없다”고 규정해 기본적으로 학교 측 제재와 충돌한다. 인권위도 교육부 고시는 ‘수업 중’에만 휴대폰 사용을 제한한 것이라 일괄 제한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봤다.

학교의 생각은 다르다. 상시 소지가 허용되면 녹음, 촬영 등을 빌미로 교사를 수시로 협박하고,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등 종일 휴대폰만 끼고 사는 학생들이 많아져 어느 정도의 제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서울 B중 교장은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학부모 모두 70% 이상이 휴대폰 수거에 찬성해 현행 학칙을 유지하기로 했다”며“자율 규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이 적지 않아 학교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도 휴대폰 소지 제한을 대체로 두둔하고 있다. 전남 순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3년 넘게 계속된 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대면관계 맺는 걸 힘들어해 혼자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학생들이 늘었다”면서 “교권침해 우려에 앞서 아이들 정서 발달을 위해서라도 휴대폰 규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과시간 전체, 일괄 수거라는 강제성 탓에 일부 학생이 반발하는 것”이라며 “휴대폰 사용 시간, 방식 등을 정할 때 학생 의견을 적극 반영해 직접 만든 규칙에 책임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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