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인사에서 법복 벗는 강규태 부장판사
"제가 사직 안 해도 총선 전 선고 어려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이 사건 지연 이유를 공개적으로 해명했다. 일각에서 '재판장이 고의적으로 재판 일정을 늦추다가 무책임하게 사표를 냈다'는 비판이 나오자, 지금까지의 재판 진행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재판부가 법정에서 사건 배당 문제까지 언급하며 특정 사건의 진행 배경을 해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재판장 강규태(53·사법연수원 30기) 부장판사는 19일 이 대표 재판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법관이 세상을 향한 마이크를 잡아서는 안 되지만 제 사직 문제가 언론에 보도돼 설명을 해야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저희 재판부는 경제범죄 사건을 전담하는데, 증인이 30명 안팎인 경제 사건이 8건 이상 계속 진행 중"이라며 "사건 배당이 중지되지 않은(사건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에서 불구속 사건인 이 대표 사건을 매주 진행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신속하게 진행하지 않아 총선 전 1심 선고가 물 건너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강 부장판사는 "물리적으로 총선 전 판결을 선고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남은 증인이 16명에 달하는 데다가 검찰 구형과 판결문 작성 등이 남아 있고, (제가) 사직하지 않았더라도 법관 정기인사에 따라 재판장 및 배석판사가 재판부를 옮길 예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재판장 등이 바뀌면 후임 법관이 공판갱신절차(이미 이뤄진 공판절차를 다시 밟는 것)를 해야 해 심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강 부장판사는 다음 달 법관 정기인사를 기점으로 법복을 벗는다.
지난해 1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2주에 한 번씩 열려왔다. 이날 전까지 17회 공판이 열렸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 51명 중 3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완료됐다. 정치권 등에선 '증인신문이 3분의 2가량 진행됐기 때문에 주 1회 재판을 했으면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났을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이 대표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등 재판이 1주에 2회 열리는 점, 강 부장판사의 고향이 전남 해남군이라는 점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었다.
앞서 강 부장판사는 대학 동기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고의적 재판 지연'과 관련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강 부장판사와 대학 동기인 최진녕 변호사가 9일 유튜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는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만데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느리게 한다고 비난하니 참 답답하다"며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양측이 신청한)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참 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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