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생사 오가는 고려인 돕자" 경주시도 나섰다

취업으로 한국 와 4개월 만에 변
경주시, 행안부 포상금 병원비로

화재로 2도와 3도 화상을 입은 고려인 모녀가 양 팔에 붕대를 감은 채 대구의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주시외국인도움센터 제공

지난달 경북 경주시에서 주택화재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중인 고려인 동포 모녀의 딱한 사정을 접한 경주시가 힘을 보탰다. 경주시는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 주최 다산목민대상에서 장관상을 수상해 받은 포상금 1,000만 원을 모녀의 병원 치료비로 건넸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15일 “불의의 사고로 화상을 입은 모녀는 불과 4개월 전 경주시에 정착한 고려인”이라며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직원들과 상의 후 성금을 냈다”고 밝혔다.

화상을 입은 모녀는 신 라이샤(42)씨와 김 엘리나(13)양이다. 카자흐스탄에 살던 고려인 3, 4세로, 지난해 8월 한국서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함께 입국해 경주시 성건동에 정착했다.

상가주택 3층에 살던 신씨 가족은 지난달 17일 오후 11시 58분쯤 집에서 불이 나 신씨와 김양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신씨의 다른 딸도 다쳤지만 가벼운 화상을 입어 퇴원했다. 그러나 신씨는 얼굴과 팔에 2도 화상을 입었고, 김양은 더 많이 다쳐 얼굴과 양손에 3도 화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신 라이샤씨가 살던 상가주택에 화재가 났을 때 모습. 경북소방본부 제공

신씨 가족은 무엇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치료비를 감당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대구의 한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한 모녀는 외국인 신분이어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지금까지 받은 병원 치료비가 벌써 5,500만 원에 달한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경주시외국인도움센터와 경북고려인통합지원센터 성금 모금 운동에 나섰고, 경주시 성건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인근 지역 사회보장협의체가 동참하는 등 지역사회도 팔을 걷었다.

경주시외국인도움센터 관계자는 “모녀가 양손에 심한 화상을 입어 팔을 제대로 쓸 수 없고, 집안 가재도구와 인적 사항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도 불에 타고 한국말도 서툴러 증빙 서류 한 장도 발급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조상의 나라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고려인 동포들에게 많은 분들이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주=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