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중처법 2년 유예해야” 재차 재계 입장 힘 싣기
노동계 “어떤 준비도 않더니… 10년도 의미 없어” 반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확대 적용 유예 입장에 힘을 실었다. 노동계 등은 고용부가 기업 편에 기울었다고 비판하며 중처법을 예정대로 이달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인천 서구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근로자 50인 미만 중소ㆍ영세사업장 사업주 6명을 만났다. 간담회 이후 고용부는 ‘목전에 닥친 중처법 적용, 현장의 절실한 호소를 듣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중처법의 중소기업 확대 적용을 미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한 전기공사업체 사업주는 “제조업과 달리 짧은 공사 기간 내에 바쁘게 돌아가는 소규모 공사장에서 대기업도 지키기 쉽지 않은 모든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표면처리업체 사업주는 “중처법 적용이 임박했는데 열악한 현장 여건으로 준비를 다 못한 상태”라고 했다.
이에 이 장관은 “예정대로 법을 적용하기에는 아직까지 현장의 현실적인 준비와 대응 상황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의 취지를 달성하면서도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국회에서 적극 논의해 처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중처법은 일터에서 사망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기업은 법 제정 1년 뒤인 2022년 1월부터 시행됐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준비시간을 더 주기 위해 2년 추가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7일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재계가 "준비가 안 됐다"며 시행을 반대하자 당정은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하는 내용으로 중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은 가운데, 이 장관의 이날 일정은 국회에 조속한 입법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중처법 정상 시행을 요구하는 측은 고용부를 비판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본보에 “중처법이 통과된 지 3년이 지났는데 정부와 재계는 어떤 준비도 하지 않고서는 시행을 앞두고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며 “생명을 경시하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서는 2년이 아니라 10년의 연장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숨지는 노동자가 최근 3년간 1,843명으로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80%에 달하는 점 △고용부의 7월 실태조사 결과 50인 미만 사업장 1,442개 중 81%가 “중처법상 의무를 이미 갖췄거나 준비 중”이라고 답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중처법 유예는 근로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점도 중처법 유예 시도의 비판 근거로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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