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장: 이 중사 다음 임지에 악담 퍼뜨린 혐의
대대장: 가해-피해자 미분리 보고하지 않은 혐의
공군 성폭력 피해 사망 사건의 당사자 이예람 중사 1주기를 앞둔 2022년 5월 20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 당시 제단 모습. 뉴스1
선임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조직으로부터 2차 가해까지 당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에서, 이 중사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당시 중대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아 2차 가해를 방치한 혐의로 기소된 당시 대대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정진아)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전투비행단 중대장 김모(3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자인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군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도중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김씨는 이 중사의 다음 임지였던 15전투비행단 소속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성추행 사건 관련) 사소한 언급만 해도 고소를 하려고 한다"고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이 중사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옮긴 부대에서조차 동료들이 냉랭하게 대한 결과 큰 상처를 입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면서 "이 범행은 일반적 명예훼손 범죄와 죄질이 다른 데도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선고가 이뤄진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왼쪽 세 번째)씨와 변호인 등이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재판부는 또 이 중사 사건에서 허위보고 및 무단이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군검사 박모(31)씨에게도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강제추행 사건 담당자였던 박씨가 사건 처리 지연 책임을 피하기 위해기 위해 윗선에 허위보고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씨로 인해) 잘못 파악된 사실관계가 알려져 공군본부 법무실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커졌다"면서 "군 사법절차에 대한 불신 초래 등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무유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대대장 김모(46)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가해자 장 중사와 피해자 이 중사가 분리되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징계 의결을 미룬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2차 가해를 방지할 의무는 인정되지만 구체적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부당한 압력이나 소문 유포 방지를 위해 나름대로 여러 조치를 취했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선고 도중엔 방청석에 있던 이 중사 모친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선고가 중단되기도 했다. 일부 피고인의 무죄 선고에 대해, 이 중사 유족 측은 "항소심에선 반드시 유죄로 밝혀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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