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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의 파벌 정치

입력
2024.01.16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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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자신의 도쿄 관저에서 집권 자민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자신의 도쿄 관저에서 집권 자민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2024년을 큰 고통 속에 맞이했다. 새해 첫날 노토(能登)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고, 이튿날엔 하네다(羽田)공항에서 비행기 추돌 사고가 있었고, 3일에는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후쿠오카(福岡)시의 먹자골목이 화염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민들이 불안 속에 새해를 맞이한 가운데 일본 정치권은 국민들의 불안과 실망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일본의 자민당은 지난 연말 이른바 '파티권'을 둘러싼 정치자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1988년 정국을 뒤흔든 이른바 '리크루트 사건'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이했다.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이 사건을 계기로 자민당 내 파벌의 존속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헌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자유민주정을 운영하는 일본이지만, 자민당은 1993년 8월~1996년 1월 비(非)자민당 연립 내각이 집권했던 시기와 2009년 9월~2012년 12월 민주당 집권 시기를 제외하면 줄곧 여당이었다. 이렇게 장기간 집권당이었던 자민당 내에 다수 존재하는 '파벌'은 인재 충원의 기능과 함께 당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정책을 제안한다는 면에서 순기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이번 스캔들로 다시금 부패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지난 11일, 정치자금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고 파벌의 존속에 관해 논의하겠다는 취지로 자신이 직접 본부장을 맡아 '정치쇄신본부'를 발족시켰다. 그런데 '파벌'의 존속 여부에 관해서는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쇄신본부의 최고 고문은 아소 다로(麻生太郎) 자민당 부총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맡았는데, 이 둘의 의견마저 크게 충돌하고 있다. 스가 전 총리는 본래 파벌에 속하지 않았던 인물인 만큼 파벌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스스로가 시코카이(志公会)라는 파벌의 영수이기도 한 아소 부총재는 파벌의 유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차세대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긴 마찬가지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전 총리의 손자이자 현역 의원으로서 자민당 청년국 국장대리를 맡고 있는 나카소네 야스타카(中曽根康隆)는 정치자금 스캔들과 파벌의 존속 여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나카소네 의원은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니카이파(二階派), 즉 시스이카이(志帥会) 소속이다. 시스이카이의 원류는 그의 조부에 다다른다. 한편 일본 정계에서도 외계인 취급을 받곤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이자 환경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의원은 '파벌'이란 단어에서 인사권과 돈 냄새가 나는 것이 문제라며, 결국 인사권과 돈으로 움직이는 것이 파벌이라면 없앨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 정치가 요동칠 올 한 해, 자민당은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는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임은정 국립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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