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고 자유전공 2%→5% 확대 전망
서울대 자유전공 정시 합격자 100% 이과
미적분 표준점수 높은 문·이과 통합수능 탓
올해 대학 입시(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대폭 늘어날 무전공 모집이 문과생 진학 기회를 낮출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의 한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14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계열 구분 없는 2024학년도 무전공 선발 비율은 전체 모집 인원의 2%다. 교육부 목표(5%)의 절반도 안 된다. 서울대는 인문·사회과학·경영·자연과학·공학·농업생명과학·생활과학·음악·미술 등 9개 부문으로 전공을 고르는 자유전공학부가 무전공 모집에 해당하는데, 모집 인원은 118명으로 전체의 3.6%다. 고려대는 자유전공학부 90명(2.3%), 연세대는 글로벌인재학부 10명(0.3%)을 무전공으로 뽑는다.
교육부는 대학당 수십억 원 이상인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육성사업의 인센티브 수령 조건에 '무전공 모집'을 넣을 방침이다. 2025학년도에는 입학 뒤 문·이과 구분 없이 전공을 고르는 모집 인원이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지만 이 관문은 대부분 이과생이 통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만 해도 수능 수학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 대신 미적분이나 기하를 고른 정시 합격생의 비중이 2022학년도 94.6%, 2023학년도엔 100%였다.
원인은 똑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입시에 쓰이는 표준점수는 미적분·기하 선택자가 확률과 통계 선택자보다 높은 '선택과목 유불리'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점수가 전체 응시집단 평균에서 떨어진 정도를 나타낸다. 지난해 수능의 경우 똑같이 수학에서 30문제를 맞혔더라도 미적분 선택자가 확률과 통계 선택자보다 표준점수가 11점 높았다.
이는 고교 시절 사회 대신 과학 공부에 집중한 학생들이 주요 대학의 자유전공학부 신입생이 되는데 유리하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서 문·이과 구분 없이 선택과목을 고를 수 있지만 '미적분은 이과, 확률과 통계는 문과'라는 구분은 여전히 작동한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수학 미적분 선택자의 86.9%는 사회탐구 과목을 고르지 않고 과학탐구에서만 2과목을 택했다. 반대로 확률과 통계 선택자는 사회탐구만 고른 비율이 86.4%였다.
결국 학생들의 자유로운 전공 탐색을 보장하기 위해 무전공 모집을 늘리는데, 정작 무전공 입학생들은 미적분·과학만 공부한 이들로 획일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로학원은 "인문, 자연 계열에 상관없이 무전공으로 통합 선발 시 사실상 합격생은 이과생이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대학에서 학과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흐름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교육부는 '인문계열' '공학계열'처럼 계열이나 단과대 내에서 선발해 전공을 정하는 무전공 모집 비율을 2025학년도부터 20% 이상으로 늘리는 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대학교 1학년부터 전과가 가능한 고등교육법 시행령도 이르면 올해 1학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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