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호소' 경비원 사망한 강남 아파트, 경비원 절반 내보냈다

주민 설문조사로 76명 중 44명 해고
"복직까지 무기한 선전전 하겠다"

지난해 3월 20일 경비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경비노동자들이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갑질' 피해를 호소한 뒤 사망한 경비원이 일했던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절반 넘게 감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 일하던 경비원 5명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10일 오후 아파트 정문 앞에서 집단 해고 철회와 고용 안정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말 경비용역업체를 교체하며 경비원 76명 중 44명에게 12월 31일부로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이들 경비원과 노조는 지난해 동료 경비원이 목숨을 끊은 후 갑질 가해자로 지목받은 관리소장의 퇴출과 경비업계 '쪼개기 계약' 근절을 요구해왔다. 노조 측은 이번 대량 해고가 그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박현수 일반노조 서울본부 조직부장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 규약상의 주민총회도 아닌 단순 설문조사를 근거로 해고 통보를 했다"며 "해고 당사자들이 복직되는 날까지 점심시간마다 무기한 선전전을 할 계획"이라 밝혔다.

지난해 3월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10여 년간 일해온 A(74)씨는 관리자의 '인사 갑질'을 고발하는 내용의 유서를 동료들에게 남긴 뒤 투신해 숨졌다. A씨 사건을 수사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같은 해 7월 "범죄 관련성이 없고, 갑질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다룰 문제"라며 아파트 관리소장에 대한 내사를 종결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