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그룹 분석… 대선 앞둔 미국 1위
위기의 중동·분할된 우크라·통제 밖 AI 순
“세 개의 전쟁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세 번째 해를 맞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석 달로 접어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그리고 언제든 발발한 준비가 돼 있는 미국과 미국 자신 간의 전쟁이다.”
현재 유럽(우크라이나)과 중동(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일어날 정치적 갈등이 올해 세계에 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치 위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은 8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 ‘2024년 주요 위험’에서 올해 세계 최대 위험으로 ①‘자신과 싸우는 미국’을 지목했다. “전례 없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미국 선거가 세계의 안보, 안정, 경제 전망에 그 어느 것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였다.
미국 대선은 정치적 분열을 심화하고, 미국이 150년간 경험해 보지 못한 정도로 민주주의를 시험하며,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리라는 게 유라시아그룹의 전망이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어느 쪽이 지더라도 선거 결과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수용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근거다.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는 것은 미국의 난맥상뿐만은 아니다. 진단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선거가 귀결될 경우 두 개의 전쟁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줄고, 트럼프의 전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호전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미중관계가 악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아울러 두드러지는 것은 미국 선거제도의 불합리성이다. 유라시아그룹은 “세계 80억 인구의 운명을 좌우하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유권자가 1억6,000만 명에 불과한 것도 모자라 경합주(州) 고작 몇 곳의 유권자 수만 명의 선택에 의해 승자가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위험으로는 ②‘위기의 중동’이 꼽혔다. 중동의 경우 가뜩이나 화약고인데, 성냥을 갖고 있는 행위자도 워낙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더 큰 전쟁의 첫 단계일 뿐일 개연성이 크다는 게 유라시아그룹의 경고다.
세 번째 위험은 ③‘분할된 우크라이나’다.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되찾지 못하거나 궁지에 몰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공격을 강화할 경우 자칫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까지 분쟁에 휘말리는 결과를 각오해야 할 수 있을 것으로 유라시아그룹은 내다봤다.
이 외에 ④개발업체들 간 경쟁에 따른 혁신으로 정부 통제를 벗어나 버리는 인공지능(AI)과 ⑤러시아·북한·이란 등 ‘불량 국가’들의 군사 협력 강화 등이 5위 내 위험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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