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 1위 기업이 '단가 후려치기'... 세진중공업 과징금 2억

인건비 올랐는데 대금 10% 인하 압박
하도급 업체는 결국 폐업

세진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하도급 업체에 반복적으로 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한 세진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세진중공업은 초대형 선박에 들어가는 부품과 자재를 만드는 조선기자재 제조 분야 국내 1위 업체다.

공정위는 세진중공업의 '단가 후려치기' 행위를 하도급법 위반으로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2,000만 원을 부과한다고 9일 밝혔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수 있지만, 세진중공업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 업체에 단가를 인하하라고 압박했다. 계약 시 갑을 관계가 되는 하도급 관계를 이용해 '가격 후려치기'를 한 것이다.

세진중공업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하도급 업체에 선박의 화장실과 천장 등을 설치하는 목의장 공사를 위탁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 단가를 인하했다. 2018년 하도급 대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5.1%가량 상승했는데, 세진중공업은 수급 사업자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단가를 전년 대비 10% 일률 인하했다. 단가 인하에 협조하지 않으면 거래가 단절될 수 있다며 수급 사업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하도급 단가를 선종별로 0.6∼4.7% 일방적으로 내렸다. 이 같은 방식으로 세진중공업은 총 70건의 하도급 거래에서 1억3,000만 원 상당의 대금을 삭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하도급 업체는 수년간 계속된 단가 인하 등에 따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2021년 2월 폐업했다. 폐업 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피해 보상 금액 의견 차로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진중공업의 행위는 하나의 수급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일방적인 하도급대금결정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위법성이 중대해 법 위반금액(1억3,000만 원)보다 높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