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9.19 합의 파기" 공식 발언 후속 조치
우리 군도 2018년 이후 첫 완충구역 사격 맞대응
"북, 총선 개입 위한 도발 시도 이어질 듯"
북한이 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200여 발의 포사격을 실시했다. 연말연시 말폭탄에 이어 무력 도발까지 감행, 남북 간 군사 긴장은 연초부터 점차 고조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배가 넘는 400여 발 포탄을 사격하는 것으로 즉각 대응에 나섰다. 연평도·백령도 주민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급 대피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군은 오전 9시쯤부터 2시간가량 백령도 북방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방 등산곶 일대에서 200여 발 이상의 포병 사격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탄착지점은 NLL 북방 일대이며, 우리 국민과 군의 피해는 없었다.
북한이 해상 완충구역에서 포사격훈련을 한 것은 2022년 12월 강원도 고성·금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이뤄진 후 1년 1개월 만이다. 북한은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2022년 말까지 15차례(미사일 1회 포함) 해상 완충구역 내에 사격을 실시했다.
우리 군은 북한 도발에 즉각 대응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주관하에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백령도 6여단과 연평부대가 오후 3시부터 K-9 자주포와 전차포 등을 동원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우리 군의 해상 완충구역 내 사격훈련은 2018년 9·19 군사합의 체결 이후 처음이다. 우리 영해·영토를 직접 타격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군사분계선(MDL)과 동·서해 NLL 인근을 완충구역으로 설정한 9·19 군사합의를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 장관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후 적대행위 금지구역 내 포병 사격을 재개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행위"라며 "북한이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하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서북도서 지역 해안포 사격은 "남측 군사행동에 대한 대응조치"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우리 군을 '대한민국 군부깡패'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2일 한국 육군 포병부대와 기계화부대들이 서부전선과 동부 전선 전역에 걸쳐 진행한 포탄사격 및 기동훈련에 대한 대응이라는 주장이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13대 중대와 1개 소대가 사격에 동원돼 포 47문에서 192개 포탄이 발사됐다. 북한은 "해상완충구역이라는 백령도와 연평도 북쪽수역으로 해안포사격을 했다는 대한민국 군부깡패들의 주장은 여론을 오도하기 위한 완전한 억지 주장"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과는 "민족, 동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 인식에서 삭제됐다"며 군사행동은 도발로 간주하고 '전례없는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말 전원회의에서 직접적으로 '9·19 군사합의 파기'라는 표현을 쓴 만큼 북한은 신속한 후속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며 "합의 파기의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전가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총선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우리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9·19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했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를 콘크리트로 복원하고, 경의선 도로 인근에 지뢰를 매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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