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사회공헌 프로그램 ‘정태영삼 맛캐다’
결혼 이주여성·소규모 식당에 메뉴·마케팅 지원
2017년부터 폐광지 작은 식당 28곳 ‘새출발’
한국에 정착한 지 16년 만인 2021년 봄 강원 정선군 전통시장에 쌀국숫집을 연 황티우에(45)씨. 고향인 베트남 북부식 쌀국수인 퍼(pho)를 팔아 조금이라도 가계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일이다. 그러나 식당 일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손님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한 메뉴 개발과 식재료, 조리설비까지 신경 쓸 일이 너무나 많았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경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메뉴 개발을 비롯해 1, 2층 매장과 조리시설 등 손볼 곳이 하나둘이 아니었지만 홀로 일하는 상황이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막막했던 초보 사장에게 지난해 4월 30년 경력 셰프 등 전문가들이 손을 내밀었다. 현장을 살펴본 안종환(52) 강원랜드 조리팀 과장은 육수 재료를 돼지뼈에서 닭으로 바꾸도록 했다. 종업원이 없는 1인 점포인 점을 감안, 국물을 우려 내는 시간과 재료비를 동시에 줄이기 위해서다.
안 팀장은 또 해물볶음밥을 메뉴에 추가할 것을 조언했다. 손님마다 선호도가 크게 다른 고수 대신 부추를 넣어 보다 한국적인 맛을 추구했다. 매장 인테리어도 환하게 바꿨다. 조광석(48) 파트장과 팀원들은 온오프라인 홍보전략은 물론, 자신감까지 심어주며 결혼 이주 여성의 새출발을 도왔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다시 문을 연 쌀국수 식당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최대 40%까지 늘었다고 한다. 황티후에는 “셀프바 설치 등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친 뒤 매장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정선에서 으뜸인 맛집으로 키우겠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강원랜드가 마련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정태영삼(정월, 태백, 영월, 삼척) 맛캐다 프로젝트’는 이처럼 폐광지 음식점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정선과 태백, 영월, 삼척 지역 내 작은 식당을 돕기 위해 지난 2017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까지 28개 점포가 새롭게 태어났다.
앞서 2021년 강원랜드의 도움으로 흑염소에서 차돌박이 구이로 메뉴를 바꾼 삼척시 도계읍의 한 식당은 강원대 도계캠퍼스 학생들이 손에 꼽는 맛집이 됐다. “차돌구이에 숙주와 치즈를 곁들이는 등 주 고객인 20대를 겨냥한 메뉴를 도입해 보자”는 전문가들의 컨설팅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정선 나전역 인근에 자리한 식당은 매일 반찬이 바뀌는 뷔페와 지역색이 물씬 나는 곤드레 정식, 샌드위치 데이를 선보여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이전에 도움을 받은 업주가 나서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 주는 '도움 릴레이'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연말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기한 점주들이 영월에 모여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기도 했다.
최철규 강원랜드 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메뉴 개발과 홍보, 위생교육, 영업 컨설팅 노하우를 전수해 어려움을 겪는 업주들의 새출발을 돕고 있다”며 “단순한 예산지원이 아닌 홀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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