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주택 착공, 올 들어 최다
불황인데 대대적 아파트 공사
"브리지론 이자 더는 감당 못 해"
12월 절반 이상이 청약 미달 자금난 우려
최근 들어 본공사에 착수하는 건설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사업 초기 단계 금융권에서 빌린 브리지론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 건설사들이 어쩔 수 없이 착공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아파트 공사 급증
4일 한국일보가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주택 착공실적은 2만8,783호로 전달(1만5,733호)보다 83% 급증, 지난해(1~11월) 월별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중 2만6,478호(91%)가 민간 몫이며 본공사 물량의 88%(2만5,412호)는 아파트다. 민간 건설사가 최근 들어 대대적으로 아파트 공사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서울(4,629호)과 인천(4,355호)에서 올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 본공사에 들어갔고, 지방(1만3,416호) 역시 전달보다 착공실적이 40.6% 늘었다. 지방은 충남(3,972호), 충북(2,407호), 경남(2,082호) 등에서 올해 가장 많은 물량이 첫 삽을 뜨기 시작했다.
고금리, 공사비 급등 여파에 최근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까지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할 만큼 건설 체감 경기가 바닥인 상황임을 고려할 때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건설사는 분양사업 흥행 여부가 수익을 결정짓기 때문에 경기가 안 좋을 땐 최대한 몸을 사린다.
울며 겨자 먹기로 착공
'울며 겨자 먹기' 착공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사업 초기 2금융권에서 연 20% 수준(수수료 반영) 금리로 대출을 받은 시행사는 착공 단계로 가야 미래 분양수익을 담보로 금리가 더 저렴한 1금융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그래서 초기 대출을 브리지론이라고 부른다.
한 건설사 임원은 "건설 경기가 풀릴 때까지 높은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 보니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본공사에 들어가되 초반 분양에 실패해도 미분양을 장기간에 걸쳐 팔자는 전략"이라며 "다만 태영건설 사태로 이마저도 잘 안 돼 중견·중소 건설사는 비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지난해 11월 착공과 동시에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은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31곳이 아파트 청약을 받았는데, 절반을 웃도는 17곳이 미달을 기록했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중견 건설사는 고배를 마셨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사업성이 나쁜 현장은 미분양을 피할 수 없는데 미분양은 곧 시공사에 미수금이라는 유동성 문제로 이어져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최근 건설업계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때 건설사의 연대보증을 금지해야 한다는 건의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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