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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子의 '두 번째 삶'…엄마는 심장이식, 아들은 인공 심장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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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子의 '두 번째 삶'…엄마는 심장이식, 아들은 인공 심장 이식

입력
2024.01.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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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좌심실 보조 장치 삽입술 100례 달성···1년 생존율 82.6%

정철현(왼쪽 두 번째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인공심장삽입술을 받은 이씨, 김민석 심장내과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이 성공적인 치료를 기념해 지난해 말 사진촬영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정철현(왼쪽 두 번째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인공심장삽입술을 받은 이씨, 김민석 심장내과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이 성공적인 치료를 기념해 지난해 말 사진촬영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심장 근육 이상으로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확장성 심장병증을 앓고 있던 엄마와 아들이 서울아산병원에서 각각 두 번째 심장을 선물 받았다.

어머니는 2009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을, 아들은 지난해 말 인공 심장을 이식받아 최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서울아산병원 심부전·심장이식센터는 지난해 11월 말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던 이 모(30대)씨에게 심장이식 전까지 건강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인공 심장을 이식하는 ‘좌심실 보조 장치(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LVAD)’ 삽입술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이로써 서울아산병원은 100번째 좌심실 보조 장치 삽입술을 달성했다.

특히 이씨의 어머니도 같은 질환을 앓아 14년 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은 사연이 밝혀졌다.

2009년 6월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던 이씨의 어머니 김모(당시 40대)씨가 유일한 치료법인 심장이식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던 해였다.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센터로부터 뇌사자 심장을 이식받을 수 있다는 기적 같은 연락을 받은 어머니는 정성호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에게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새로운 심장으로 건강하게 생활해오던 어머니는 야속하게도 자신과 똑같은 심장질환으로 아들도 치료가 필요한 것을 알게 됐다. 여전히 심장이식 기증자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의료 수준은 14년 전보다 많이 발전했다.

심장이식을 받기 전까지 안전하고 건강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인공 심장을 삽입하는 수술이 좋은 대안이 된 것이다. 아들인 이씨는 심장 펌프 기능을 대신해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돕는 좌심실 보조 장치를 삽입하는 수술을 먼저 받기로 했다.

14년 전 수술실로 들어가던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수술을 응원하던 고등학생 아들 이씨였지만 이제는 어머니가 아들의 손을 붙잡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정철현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집도로 4시간에 걸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좌심실 보조 장치 삽입술을 받은 이씨는 12월 29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좌심실 보조 장치를 삽입받은 이씨는 “수술 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고 피로감이 심했는데, 수술 후에는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어 만족스럽다. 퇴원하면 가볍게 유산소운동하거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다닐 수 있다고 하니 더 건강한 모습으로 갑진년 한 해를 보내면서 심장이식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심부전(心不全)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심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다. 관상동맥 질환이나 확장성 심근병증, 선천성 심장 질환 등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심부전 초기에는 약물로 치료하지만 말기라면 심장이식이 최선이다.

하지만 심장이식 기증자가 적어 대기기간 중에 사망하거나 급격히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고,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많은 환자는 심장이식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때 심부전 환자의 심장 펌프 기능을 대신해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돕는 기계 장치인 좌심실 보조 장치 삽입술이 시행된다. 서울아산병원은 2015년 6월 3세대 좌심실보조장치를 국내 첫 시행한 이후 꾸준히 좌심실 보조 장치 삽입술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6건을 진행해 100례를 달성했다.

좌심실 보조 장치를 삽입한 환자의 1년 생존율은 전 세계적으로 80% 정도인데, 서울아산병원은 82.6%로 심장이식까지 비교적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좌심실 보조 장치를 삽입한 환자의 평균 나이는 58.7세였으며, 17세부터 78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해왔다. 그 중 41명은 좌심실 보조 장치를 삽입한 이후 건강하게 대기하다가 심장이식을 받아 새로운 심장을 얻었다.

김민석 서울아산병원 심부전·심장이식센터장(심장내과 교수)은 “심장이식 수술 성공률이 높은 데도 불구하고 기증자가 부족해 이식 대기 중 사망하거나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서울아산병원은 심부전 환자의 치료 경험과 심장이식 수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자 생존율 및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좌심실 보조 장치 삽입술도 적극 시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심부전·심장이식센터는 1992년 국내 처음으로 뇌사자 심장이식 수술 후 2001년에는 국내 최연소 환자 심장이식도 시행했다. 최근까지 900건 이상 심장이식을 시행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심장이식 수술을 했다. 생존율도 1년 95%, 5년 86%, 10년 76%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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