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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낙서 테러와 반달리즘

입력
2024.01.0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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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복궁 앞에 낙서·그라피티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 뉴스1

서울 경복궁 앞에 낙서·그라피티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 뉴스1

최근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담벼락에 10대와 20대가 연달아 낙서를 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두 명의 10대는 돈을 준다는 말에 현혹돼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해 문화재를 훼손했다. 이어 20대가 모방 범죄를 저질렀다. 10대는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20대는 영장이 발부됐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

문화재는 국민 모두가 보호하고 가꾸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소중한 조상의 유물이다. 이러한 문화재들을 훼손하는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큰 범죄이며, 금전 제공의 유혹을 빌미로 보존해야 할 문화재에 대한 이러한 테러행위를 자행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고 법으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 문화재보호법 제92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행위, 즉 '반달리즘(Vandalism)' 행위는 끝도 없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반달리즘이란 문화재, 문화적 예술품, 종교 시설, 넓게 보면 타인의 재산 등을 파괴, 훼손하려 하거나 낙서로 더럽히는 활동을 말하는 단어로 '훼손 행위'라고도 한다. 고대 서양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이 쇠퇴한 로마제국을 침략하면서 로마의 문화유산을 파괴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달리즘은 정신적 성숙이 부족하거나 문화 거부와 폭력적 반항을 나타내는 심리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것을 말하지만 더 넓은 범위로 적용될 수 있다. 즉 공공시설의 외관이나 자연 경관 등을 훼손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반달리즘은 숭례문 방화 사건처럼 무지로 인한 훼손행위의 사례로 볼 수 있는데, 문화재임을 알고서도 특정한 목적을 겨냥해 일부러 저지르는 고의적인 반달리즘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오늘날 반달리즘 행동은 정신적 성숙이 신체적 성숙을 따르지 못해 나타나는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부적응적 심리 상태에서 비롯된 문화 거부와 폭력적 반항 행위라 할 수 있다. 이유 없이 남의 자동차나 기물을 손상시키거나 오토바이 폭주 따위의 행위도 반달리즘인데 일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반달 행위도 일어나고 있다는데 이 같은 행위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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