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계 곳곳서 선거 레이스]
대만, 러시아, 미국서 줄줄이 대선
미 전·현직 대통령 재격돌 가능성
'미중 대리전' 대만 "갈등은 계속"
푸틴·모디는 '장기 집권' 도전장
2024년 지구촌은 ‘정치의 새판 짜기’로 숨 가쁠 전망이다. 약 50개국에서 대선과 총선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슈퍼 선거의 해’가 밝았다. 1월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격인 대만 총통 선거부터 11월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 대선까지, 1년 내내 굵직한 선거 일정으로 빼곡하다. 유권자 수만 20억 명에 달한다. 유럽과 중동을 뒤흔든 ‘두 개의 전쟁’으로 글로벌 안보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는 각국 선거 결과가 한반도를 비롯해 국제 정세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대격동의 해로도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트럼프·바이든 '리턴 매치' 유력
최대 관심은 단연 미국이다. 올 11월 5일 미 대선 결과는 글로벌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로선 2020년 한 차례 맞붙었던 전·현직 대통령 간 재격돌이 될 공산이 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프리미엄 탓에 민주당 후보로 유력하다. 공화당에서도 일찌감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구도가 형성됐다.
판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우위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서는 데다, 경합주(州) 승기도 일단 잡았다. 미국 대선은 주별 승패가 합쳐져 결과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대다수 주가 양당 중 하나로 확연히 기운 상태에서 얼추 균형이 잡힌 터라, 경합주 승부가 중요하다.
판도 변화의 열쇠는 바이든 대통령이 쥐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며 크게 오른 물가를 잡아야 한다. 깊숙이 발을 담근 유럽(우크라이나)과 중동(가자지구) 전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난제다. 4년 더 대통령을 맡기기에 나이(81세)가 너무 많다고 여기는 미국인도 적지 않다.
국제사회가 받을 영향은 트럼프 전 대통령 복귀 때 더 크다. 그의 재집권은 러시아에 서방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를, 중국엔 역내 한국·미국·일본 동맹의 약화를 각각 의미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 간 정상회담이 재추진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 총통 선거, '미중 갈등' 대리전 무대로
미중 패권 싸움의 최대 격전지인 대만은 새해를 총통 선거(1월 13일)로 시작한다.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미중 간 대리전 양상이 짙다. 양국이 각각 친미 성향 민진당과 친중 성향 국민당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서다.
민진당이 승리하면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대만 통일을 위해 중국이 무력 침공에 나설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대만의 중국화’를 막는 게 미국의 최대 외교 과제로 부상한다.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자”는 미국의 동맹국들을 향한 외교적 압박 또한 커질 수 있다. 어느 쪽이 당선되든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파고는 높아질 게 뻔하다.
러시아에선 3월 대선이 예정돼 있다. 5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무난하게 승리를 거머쥐면서 2030년까지 정권을 연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경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임기가 올해 5월까지라 원래대로면 3월 31일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전시 계엄령으로 관련 절차가 중단돼 시계제로 상태다.
6월에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행사’로 불리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가 진행된다. EU 27개 회원국 유권자가 720명의 의원을 뽑는다. 이 선거는 향후 5년간 EU의 체질을 결정한다. 의회 구성에 따라 우크라이나 지원, 기후위기 대응, 이민 정책 등의 기조가 변할 수 있다. 유럽 각국에서 세력을 확장 중인 극우 정당의 선전이 예상된다.
9억 유권자 인도, 모디 '3연임' 판가름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중 최다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4, 5월에 총선을 치른다. 유럽 전체 인구보다 많은 9억 명의 유권자가 한 달 반에 걸쳐 순차적으로 투표에 나선다. ‘모디노믹스’로 지난 10년 새 인도 경제 규모를 세계 10위에서 5위로 끌어올린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 여부가 판가름 난다. 그의 국정 지지율이 70%를 넘어 ‘또 다른 5년’은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진다.
이에 앞서 인도네시아에선 2월 대선·총선이 예고돼 있다. 관전 포인트는 ‘누가 부통령이 되느냐’다. 제1 야당의 대선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만큼, 그의 러닝메이트이자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가 부통령직을 꿰찰 가능성이 크다. 조코위 대통령이 아들을 앞세워 ‘정치 왕조’를 구축하며 민주화를 후퇴시켰다는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이 밖에 방글라데시(1월)와 파키스탄(2월)에서도 총선이 실시된다.
일본에선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9월에 치러진다. 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중의원 해산권을 갖고 있으므로, 만약 상반기 내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다면 해산 후 총선을 치른 뒤 자민당 총재로 재선될 수 있다. 그러나 낮은 지지율이 계속되면 자민당은 총재 선거에서 새로운 ‘선거의 간판’을 선출할 것이다. 자민당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크지만 야당 지지율은 더 낮고 분열돼 있어 정권 교체는 어렵다.
2022년 ‘히잡 시위’로 들끓었던 이란의 3월 총선도 주목된다. 다만 야당 후보자 중 25% 이상이 이미 자격을 박탈당했고, 불만을 품은 유권자 다수가 투표를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5~8월 예정된 총선을 통해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후 처음으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과반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알제리, 튀니지, 가나, 르완다, 세네갈, 남수단, 모잠비크, 토고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선거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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