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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후보 헤일리, 역사인식 논란...노예제 묻자 "무슨 말 듣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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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후보 헤일리, 역사인식 논란...노예제 묻자 "무슨 말 듣고 싶나"

입력
2023.12.29 17:30
수정
2023.12.29 17:37
0 0

남북전쟁 원인 '노예제' 언급 피해
"인종차별주의자 논리" 십자포화
헤일리 "물론 노예제 때문" 해명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7일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유권자의 비판에 반문하고 있다. 헤일리는 이 자리에서 남북전쟁의 원인을 두고 '노예제' 언급을 꺼리면서 역사 인식 논란에 불을 댕겼다. CNN 방송화면 캡처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7일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유권자의 비판에 반문하고 있다. 헤일리는 이 자리에서 남북전쟁의 원인을 두고 '노예제' 언급을 꺼리면서 역사 인식 논란에 불을 댕겼다. CNN 방송화면 캡처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역사 인식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19세기 미국 남북전쟁의 원인이 노예제도 때문이라는 답변을 회피하면서다. 헤일리의 역사 인식에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논리를 답습한다"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노예제 언급 않나" 날 선 공방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헤일리는 27일(현지 시간)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시민 토론 행사)에서 한 유권자로부터 남북전쟁의 원인을 질문받았다. 헤일리는 머뭇거리다 "쉽지 않은 질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남북전쟁을 야기한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방향성"이라며 "자유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관한 것"이라고 추상적으로 답했다. 질문한 유권자에게 "당신은 남북전쟁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되묻기도 했다.

질문한 유권자는 헤일리의 대답에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다니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에 헤일리는 얼굴을 굳히고 "노예제에 관해 내가 무슨 말을 하기를 원하냐"고 반문을 던졌다. 유권자가 "내 질문에 대답이 됐다"고 받아치자, 헤일리는 돌아서서 웃으며 "다음 질문"이라고 말했다.

"정답 알면서 비겁해" 바이든도 비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헤일리가 노예제 언급을 꺼리는 영상을 공유하며 "(남북전쟁은) 노예제에 관한 것이었다"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 엑스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헤일리가 노예제 언급을 꺼리는 영상을 공유하며 "(남북전쟁은) 노예제에 관한 것이었다"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 엑스 캡처

헤일리의 발언은 즉각 십자포화를 맞았다. 다른 공화당 대선 후보인 플로리다주지사 론 디샌티스의 대변인 앤드루 로메오는 "남북전쟁의 원인 같은 기초적 질문에도 대처할 수 없다면 대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고 꼬집었다.

민주당도 공세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것(남북전쟁)은 노예제도에 관한 것이었다"고 남기며 헤일리를 직격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또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노예제에 대한 (헤일리의) 발언은 앞으로 몇 주간 그에게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헤일리가 비판받는 건 '노예제'가 남북전쟁의 본질임을 감추는 게 인종차별주의에 쓰인 논리여서다. 1861년 미국 남북전쟁을 촉발한 근본 원인은 흑인 노예제를 둘러싼 남·북부 갈등이라는 것이 역사적 정설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헤일리의 발언이) 남북전쟁이 노예제 종식이 아니라 국가의 권리와 경제에 관한 것이라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주장을 끌어왔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8일 뉴햄프셔주 레버넌에서 연설하고 있다. 레버넌=AFP 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8일 뉴햄프셔주 레버넌에서 연설하고 있다. 레버넌=AFP 연합뉴스

역사학자 조슈아 차이츠는 폴리티코 기고 칼럼을 통해 "남북전쟁이 노예제에 관한 것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면 (남군) 참전용사들이 부끄러운 존재가 될 것을 우려해, (노예제 대신) '영웅주의와 명예'를 강조하는 '(남북전쟁) 원인 실종 서사(Lost Cause mythos)'가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원인 실종 서사'가 인종차별주의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진단하며 "헤일리가 보여준 원인 실종 서사로의 후퇴는 그래서 문제"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헤일리는 28일 라디오에서 "물론 남북전쟁은 의심의 여지 없이 노예제도에 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하지만 (남북전쟁의 이유는) 그 이상이었고, 개인적 자유와 정부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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