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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2차 손배소 또 승소 확정... "정부 제3자 변제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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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2차 손배소 또 승소 확정... "정부 제3자 변제안 거부"

입력
2023.12.28 19: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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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권리남용"
1인당 325만~1억2000만 원 인정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28일 승소 확정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28일 승소 확정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 이겼다. 대법원은 일본 기업 측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강제동원 피해자 홍순의씨(소송 중 사망)와 유족 등 69명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판결을 28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다른 피해자 이모씨가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일본 기업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홍씨 등 14명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9월쯤 일본 히로시마의 군수공장으로 끌려갔다가 이듬해 8월 이곳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피폭돼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 같은 해 5월 미쓰비시 나고야 공장에 배치된 최정례(당시 17)씨는 강제노역을 하다 그해 '도난카이 지진' 때 목숨을 잃었다. 이씨도 그해 9월부터 히타치조선소에서 휴일도 없이 매일 8시간씩 일해야 했다.

광복 후 일부 생존자와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이어지자 일본 기업 측은 줄곧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일축했다. 피해 발생 시점에서 20년 이상 지났고, 1965년 한∙일협정으로 배상 문제는 이미 정리가 됐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하급심은 해당 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까지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본 기업이 피해자와 유족에게 각 325만~1억2,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피해자 개인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확실해지기 전엔 피해자들이 사실상 일본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21일 '2차 소송' 관련 첫 상고심 판결에서도 같은 취지로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근거로 피해자들에 대한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판시했다.

소송에서 이겼지만 일본 기업 측이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는 승소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지원재단을 통해 정부가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을 법원에 맡기는 '제3자 공탁'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본 정부 역시 21일 판결 직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한국의 재단이 지급할 예정이라는 취지를 (한국 정부가) 이미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변제 방식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채권자인 피해자들이 제3자에 의한 공탁을 거부하는 이상, 법원이 소송 주체도 아닌 제3자의 공탁금을 맡아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올해 9월 15일까지 △수원지법(지원 포함 5건) △전주지법·광주지법(각 2건) △서울북부지법·창원지법·춘천지법 강릉지원(각 1건) 등에서 법원 공탁관이 피해자 지원재단의 공탁을 거부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이날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대법원 선고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정례씨의 조카며느리 이경자씨는 "내가 미쓰비시하고 재판했지, 누구와 재판했느냐"며 "(제3자 변제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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