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특검법 국회 통과... 대통령실 곧장 "거부"
"여야 합의 없는 특검 있을 수 없어... 총선용 정략"
여론은 부담... 김 여사 의혹 분리 대응 고심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포함한 쌍특검 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제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 대통령실은 일단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거부권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해 대통령의 권한 행사만으로는 민심의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대통령은 이송된 법안을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날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에 대해 뜸들이는 시간 없이 즉각 거부권 행사로 맞받아친 건 처음이다.
대통령실이 거부권 카드를 주저없이 꺼낸 건 '여야 합의'가 없었고, 특검법이 '총선용 정략'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의 특검은 여야가 합의로 처리해왔다"며 "야당에선 야당이 (특검을) 임명한 경우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에도 여야 합의로 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불과 100여일 앞둔 민감한 시점이라 대통령실과 여당 모두 특검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선거 직전에 노골적으로 선거를 겨냥해서 법안을 통과시킨 경우는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의 수사 기간이 내년 2월 초부터 4월 총선 직후까지라는 점을 들어 “총선용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누차 지적해왔다. 수사 상황을 언론에 공개할 수 있게 한 것도 못마땅한 부분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수사 기관이 명백하게 '혐의 없음'을 말하고 있는데도 ‘비호감’이라는 이유로 마녀사냥을 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건은 여론의 향배다. 한국갤럽 여론조사(7, 8일)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하고 있어 윤 대통령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무관하게 김 여사 여러 의혹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대통령실도 느낀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여당은 내부의 비판적 의견을 이미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명품백 수수 논란 등 일련의 ‘상식적 비판 지점’조차 대통령실이 숨기려는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혐의가 없다'는 검찰과 대통령실의 논리를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은 결국 소통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등)에 대해 잇따라 거부권을 꺼내며 야당과 대립했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여론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거부권으로 맞서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 굳어져 총선에 적잖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남은 보름의 시간 동안 대통령실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이날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며 야당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거부권과 별개로 내놓을 대응 메시지의 수위에 따라 여론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넘어오면 입장을 정해서 어떤 대응을 할 지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설치 등을 약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특검법 필요성에 찬성하는 민심에 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회의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김건희 특검법의 부당성을 전면에 내세워 여론전을 펴되 명품백 수수 논란 등 김 여사를 둘러싼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마냥 거부하지 않고 절차대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수직적 당정관계를 바꿔야 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론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명품백 의혹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또는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제안하고, 이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식의 해법을 조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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