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집집: 하우스소나타'로 5년 만에 연극 출연
'D.P.2', '무빙' 등 K드라마 '신스틸러'로 눈도장
극단 목화 출신, 별명은 '여자 황정민'
아들이 장애 등급을 받으러 병원에 다녀왔다고 하자 어머니인 박정금은 활짝 웃는다. 박정금은 임대아파트에 산다. 아들이 장애인으로 등록돼 공식적으로 가족 부양 능력을 잃으면, 박정금의 임대아파트 입주 자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장애를 가졌으니 이제 너도 이런 아파트를 신청할 수 있다"고 아들에게 말하는 박정금. 아들의 장애를 기뻐하는 박정금의 모습에 객석의 관객들은 씁쓸한 눈물을 흘린다.
"한국 사회 민낯 담은 현실적 소재에 끌려 무대 복귀"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집집: 하우스소나타'에서 박정금 역할을 맡은 배우 황정민(54). 최근 'D.P.2'의 관심병사 김루리의 엄마, '무빙'의 정육점 사장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라마에서 '신스틸러'로 주목받았다. 그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난다는 시청 소감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집집'은 황정민을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불러들였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2002년의 박정금과 2021년의 연미진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삶의 욕망이 된 집을 이야기한다. "이건 열심히 산 흔적일까, 아니면 욕심의 찌꺼기일까"라는 마지막 대사에 주제 의식이 담겼다. 24일 선돌극장에서 만난 황정민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 끌렸다"며 "다큐멘터리처럼 한국 사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담겨 드라마로 만들기는 쉽지 않은 소재"라고 말했다.
1993년 연극배우를 시작한 황정민에게 집에 얽힌 복잡한 감정은 낯설지 않다. "반지하에서 5년을 살다 어렵게 대출을 받아 2층에 있는 전셋집으로 옮겼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요. 그런데 행복한 감정이 2년을 가지 못하더군요. 가구에 밴 '지하 냄새'가 얼마나 안 빠지던지..."
'여자 황정민'에서 K드라마 '신스틸러로'
국악예고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황정민은 교회 성극을 하다 배우의 꿈을 품고 4수 끝에 서울예대에 진학했다. 그는 '여자 황정민'으로도 불린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과 나이와 대학로 활동 시기가 비슷해 붙은 별명이다. 연극계에선 '여자 황정민'의 인지도가 '남자 황정민' 못지않다.
황정민은 "연기는 힘들어야 정상"이라고 믿는다. "남의 인생을 쉽게 표현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극단 목화의 간판 배우였던 황정민은 2003년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영화·드라마 연기에 뛰어들었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카메라 앞에서 편하지만은 않다"면서 그는 "처음에는 모니터로 내 연기를 보는 게 힘들었지만 요즘은 연기 공부를 위해 내 얼굴을 열심히 본다"고 말하며 웃었다.
황정민은 한때 전형적 미인처럼 생긴 동료들을 부러워했다. 이젠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여성 캐릭터가 다양해지면서 제가 소화할 수 있는 배역이 늘었어요. 지적인 전문직 역할은 어렵겠지만 이런저런 엄마, 아줌마 역할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웃음). 외모보다 중요한 건 더 나은 삶을 사는 거예요. 연기엔 인생이 반영되니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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