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경희대 교수 불법레슨 조사
자교 실기곡 교습, 심사위원도 맡아
배우자 음악 업체에 관여한 정황도
교육당국이 서울의 한 사립대 음대 교수가 입시생에게 현행법이 금지하는 실기곡을 레슨하는 등 불법과외 정황을 포착해 조사에 나섰다. 당국은 해당 교수가 연관된 음악 업체까지 폭넓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 사교육·입시비리대응팀은 최근 경희대 음대 A교수의 입시비리 제보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A교수는 2021학년도 경희대 기악과 피아노 정시모집 실기시험을 앞두고 수험생에게 입시곡을 개인레슨한 의혹을 받는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은 대학교수 등 현직 교원의 과외교습을 금지하고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녹음파일에는 A교수로 추정되는 인물이 교습 대상이 입시를 앞둔 고교 3학년 학생임을 인지한 정황이 나와 있다. 녹취록에서 교수는 "네가 어디 고등학교지?"라고 묻고, 학생이 고3이라 답하자 "쭉 (연주) 해봐"라고 말한다.
학생 성적을 구체적으로 묻기도 한다. A교수는 "네가 실기는 어느 정도 나와, 성적?" "너 수시는 안 봤었니?" 등의 질문을 하며 연주를 평가했다. 그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어떻게 봤느냐. 접수 언제까지야?"라고 말하는 등 정시 원서접수 시기를 확인하는 듯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2021학년도 수능은 그해 12월 3일, 경희대 음대의 정시 실기시험 일정은 2021년 1월 중순으로 실기를 불과 한 달가량 남은 시점에서 레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레슨 자체도 불법이지만, A교수가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자교 실기곡을 과외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경희대 피아노 정시 실기 평가곡은 총 3곡으로, 녹음파일에는 해당 곡을 모두 레슨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특히 한 곡은 일반 레슨에서 거의 가르치지 않는 곡으로 알려졌다. 피아노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B씨는 "입시곡을 선곡하는 사람이 아예 작정하고 출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A교수는 배우자가 운영하는 음악 관련 업체를 두고도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전날 교육부와 공조해 해당 업체가 이달 중순부터 진행하고 있는 피아노 입시평가회 현장점검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가 입시평가회를 여는 것은 불법 소지가 있어 점검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체가 주최하는 음악캠프도 사실상 총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나흘 동안 진행된 캠프는 외부 피아니스트를 초빙해 참가자들에게 개인레슨, 연주회 등을 제공하며 1인당 약 100만 원의 참가비를 받았다. 교육부는 A교수가 음악캠프에서 직접 레슨을 하지 않았더라도 실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금전적 이득을 취했는지 등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다.
A교수는 통화에서 "개인레슨을 한 적이 없고, 배우자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보 내용을 상세히 검토한 후 필요하면 수사당국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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