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 회사비율 5.2%
삼성·SK·한화 등 대기업도 예외 아냐
공정위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지적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회사가 100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에 대한 영향력은 행사하면서도, 등기 임원으로서 부담해야 할 책무는 회피하는 무책임 경영 관행이 여전한 것이다. 총수 일가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는 올해도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73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2,735개사(상장사 309개사)를 분석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433개(16.6%)였다. 전체 이사 9,220명 중 총수 일가는 575명(6.2%)이었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한 회사 비율이 증가한 건 5년 만이다.
그중에서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는 136곳(5.2%), 직위 수로는 181개였다. 미등기 임원은 명예회장·대표로 불리며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등기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 실패 책임은 지지 않는다.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4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DB(23.8%), 유진(19.5%), 중흥건설(19.2%), 금호석유화학(15.4%) 순이었다. 반면 DL, 미래에셋, 삼천리, 이랜드, 태광 5곳은 총수 본인과 2·3세를 포함한 총수 일가 모두가 이사로 등재하지 않았다. 삼성과 한화, HD현대, 신세계, CJ 등 22개 대기업집단에선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한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다.
내부거래 등을 통해 총수 일가에 이익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일수록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경우가 많았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181건 중 절반 이상인 104건(57.5%)이 규제 대상 회사였다.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총수 일가의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와 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일컫는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것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는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특히 사익 편취 규제 대상회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은 더욱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는 올해도 사실상 거수기나 다름없었다. 분석 대상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51.5%로 절반을 넘었고 회사당 평균 3.26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 7,837건 중 55건(0.70%)에 그쳤고,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은 16건(0.2%)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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