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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없이 권한 누리는 총수 일가... '거수기' 사외이사 반대표는 0.2%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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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없이 권한 누리는 총수 일가... '거수기' 사외이사 반대표는 0.2%뿐

입력
2023.12.26 1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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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 회사비율 5.2%
삼성·SK·한화 등 대기업도 예외 아냐
공정위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회사가 100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에 대한 영향력은 행사하면서도, 등기 임원으로서 부담해야 할 책무는 회피하는 무책임 경영 관행이 여전한 것이다. 총수 일가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는 올해도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73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2,735개사(상장사 309개사)를 분석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433개(16.6%)였다. 전체 이사 9,220명 중 총수 일가는 575명(6.2%)이었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한 회사 비율이 증가한 건 5년 만이다.

홍형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형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관리과장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중에서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는 136곳(5.2%), 직위 수로는 181개였다. 미등기 임원은 명예회장·대표로 불리며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등기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 실패 책임은 지지 않는다.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4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DB(23.8%), 유진(19.5%), 중흥건설(19.2%), 금호석유화학(15.4%) 순이었다. 반면 DL, 미래에셋, 삼천리, 이랜드, 태광 5곳은 총수 본인과 2·3세를 포함한 총수 일가 모두가 이사로 등재하지 않았다. 삼성과 한화, HD현대, 신세계, CJ 등 22개 대기업집단에선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한 계열사가 한 곳도 없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내부거래 등을 통해 총수 일가에 이익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일수록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경우가 많았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181건 중 절반 이상인 104건(57.5%)이 규제 대상 회사였다.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총수 일가의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와 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일컫는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것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는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특히 사익 편취 규제 대상회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은 더욱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는 올해도 사실상 거수기나 다름없었다. 분석 대상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51.5%로 절반을 넘었고 회사당 평균 3.26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 7,837건 중 55건(0.70%)에 그쳤고, 사외이사가 반대한 안건은 16건(0.2%)에 불과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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