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나 변호사 26일 MBC 인터뷰
"일일 8시간 근무 제한 고려 안 해"
"'크런치 모드'로 노동자 건강 훼손"
"입법 보완해 연장 근로 제한해야"
주간 총 52시간이 넘지 않는다면 하루에 얼마를 근무해도 위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건강권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물꼬를 터줬다"고 26일 논평했다.
신하나 직장갑질 119 변호사는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근로기준법은 장기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해 일일 근로시간도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이중 제한을 가하고 있는데, 대법원 판결에선 이 같은 취지가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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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한 회사에서 노동자에게 월, 수, 금 사흘만 출근하는 대신 출근일에는 하루 15시간씩 일하라고 한 것에 대해 총 45시간 근무이니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아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간 고용노동부가 △하루 8시간을 초과한 만큼을 주간 단위로 합산하는 방식과 △주간 총 근무시간에서 법정근로 40시간을 빼는 방식 중 어느 한 방식에서라도 12시간이 넘어가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과 달리, 후자의 방식만 따진 것이다.
신 변호사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교대제나 게임업계, 제조업, 사무직 노동자들이 회사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크런치 모드'(야근과 밤샘을 반복하는 집중 근무)에 돌입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한 주간 이틀 일하는 대신 밤새는 형태의 근무도 가능해지므로 노동자 건강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처벌받은 업주에게도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 변호사는 "그간 '주 52시간제' 위반으로 인정됐던 사례의 범위가 좁아질 것"이라며 "(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의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인 경우라면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해석의 폭이 넓어지면서 '주 69시간제'로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변호사는 "그동안 주 52시간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았고 사회적으로 느슨하게 보는 시각이 있었다"며 "더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근로 시간 유연성에 대한 이해도가 더 커졌기 때문에 (주 69시간제 논의가 재점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그간 명문화되지 않았던 일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장근로는 일일 제한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야기됐다"며 "당장 대법원 판결로 이번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국회가 빠르게 입법 보완에 나서서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주노총은 26일 논평을 내고 "현행 근로기준법이 주당 연장근로 상한선만 명시하고 하루 연장 근로시간 상한선을 명시하지 않은 입법 공백을 틈타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판결을 내놨다"며 "근로기준법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과도한 해석과 판결이다. 또한 교대제 근무의 특성과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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