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간토대학살 후 일본군 작성
"조선인 40여명 모조리 살해" 공문
일본 정부, 조선인 학살 여전히 부인
간토대학살 100년을 맞아 지난 8월 일본 도쿄 신주쿠구 고려박물관에 전시된 간토대지진 두루마리 그림 중 조선인 학살이 묘사된 부분. 고려박물관 제공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인에 의한 조선인 학살(간토대학살) 사실을 기록한 새로운 일본 공문서가 발견됐다. 일본 정부는 학살 100년을 맞은 올해도 "기록이 없다"는 허위 답변을 반복하고 있으나, 기록은 지금도 새로 발굴되고 있다.
2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저널리스트 와타나베 노부유키는 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 사료실에서 간토대지진 직후 조선인 40여 명이 살해됐다고 기록된 '간토지방 지진 관계 업무 상보'를 찾아냈다. 이 문서는 사이타마현 서부 지역을 관할한 일본 육군 산하 구마가야연대구 사령부가 작성했으며, 23년 12월 15일 육군성에 제출됐다.
일 공문서 "조선인 40여명 모조리 살해돼"
보고서에 기록된 학살은 간토대지진(23년 9월 1일) 사흘 후인 9월 4일 밤에 발생했다. 경찰이 조선인 200여 명을 이송하던 중 밤이 되자 낮에 이동하지 못한 조선인 40여 명이 "살기를 품은 군중에 의해 모두 살해됐다"고 쓰여 있다. 사령부는 "조선인 이송은 밤을 피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밤에 조선인을 이송하면 어두운 곳에서 사람이 살해되는 참상을 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또 "조선인(에 의한) 습격은 없었다. 방화도 없었다. 독을 (우물에) 넣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고 기술, 당시 조선인 학살의 배경이 됐던 유언비어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 보고서는 오히려 이런 소문을 믿는 사람을 "사리를 모르는 몽매한 무리"라고 비판하고, "각 마을마다 (일본인) 민중경찰과 자경단이 생겨나고 흉기를 든 군중이 '백귀야행(요괴처럼 괴상한 꼴을 하고 해괴한 짓을 하는 무리가 돌아다닌다는 뜻)'한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지난 8월 31일 일본 사이타마현 요리이 마을의 절 쇼주인에 있는 구학영의 묘소에 꽃이 놓여 있다. 조선인 엿장수였던 구학영은 간토대지진 직후인 1923년 9월 5일 당시 자경단에 살해당했다. 김종수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관장 제공
새 기록 발굴에도 일본 정부는 "기록 없다" 반복
간토대학살 당시 사이타마현 내 조선인 희생자 수는 223~240명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사이타마현 내무부장은 "도쿄에서 발생한 지진을 틈타 폭행을 저지르는 '불령선인(불순한 조선인)' 다수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통첩을 각 마을에 발송했고, 이에 따라 마을마다 자경단이 결성됐다. 조선인 희생자 중 드물게 이름을 기록한 추모비가 남아 있는 구학영과 강대흥도 사이타마현에서 무참히 살해됐다.
간토대학살을 기록한 일본 공문서는 총 233명의 조선인 살해와 관련해 입건된 자들을 조사한 법무성 조사서, 육·해군이 지진 경비 시 무기를 사용한 사례 조사표 등이 있다. 지난 9월에는 가나가와현 지사가 내무성에 보고한 자료가 새롭게 밝혀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조선인 학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학살 100년을 맞은 올해 일본 정부는 국회와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매번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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