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지연 전술 통했나… WP "일시적 승리"
NYT "항복이나 고민 대신 대선 전략에 연결"
피선거권 박탈 악재도 지지층 결집에 활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의 쟁점 중 하나인 '재임 당시 형사상 면책특권 여부'와 관련해 다시 호재를 만났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신속한 재판을 위해 이 문제를 빨리 판단해 달라는 특별검사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대로, 그의 형사 재판은 더디게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
악재를 기회로 바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에 미국 언론도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최근 콜로라도주(州) 대법원의 '공직 피선거권 박탈' 결정도 그를 회복 불능에 빠트리기는커녕,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다른 정치인이었으면 고개를 숙이고 정계에서 은퇴했을 법한 일인데도 트럼프한테는 반대 효과를 낳고 있다"(뉴욕타임스·NYT)는 평가마저 나온다.
"다른 정치인이었다면 사과... 트럼프는 달라"
23일(현지시간)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적용 여부를 신속히 판단해 달라는 잭 스미스 특검의 요청을 거부했다. 기각 사유도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사건의 첫 공판기일이 내년 3월 4일로 잡히자, "재임 중 행위는 면책특권 범위"라며 법원에 그에 대한 판단을 요청했다. 3월 4일은 13개 주에서 공화당 대선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화요일' 전날이라는 점에서, 재판 날짜 자체가 큰 부담이었던 탓이다. 워싱턴 연방지법은 이달 1일 "트럼프가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에게 의회 난입을 부추기는 연설을 한 건 개인 자격으로 한 행동이기 때문에 면책특권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항고와 함께 '최종 판단 때까지 법정 절차를 모두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 지연 전략이었다. 특검은 통상적으로 항소법원을 거쳐 연방대법원으로 가면 재판이 너무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11일 연방대법원에 '신속 판단'을 요구했다.
치명적 악재, '투사' 이미지 부각에 활용하는 트럼프
하지만 대법원의 거부로 면책특권 적용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은 상당한 시일이 걸리게 됐다. 워싱턴 항소법원은 내년 1월 구두변론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악의 경우, 최종 선고는 내년 11월 대선 이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티브 블라덱 텍사스대 법대 교수는 CNN방송에서 "대법원이 항소법원 재판을 먼저 진행하라는 의지를 분명히 해 3월쯤 재판이 시작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WP는 "법적 절차를 지연시키려 하는 트럼프의 일시적 승리"라고 짚었다.
정치인 생명에 치명적인 악재가 줄줄이 터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NYT는 "항복하거나 불이익을 고민하지 않고, 대선 전략과 긴밀하게 연결시킨다. 공화당원들이 트럼프를 중심으로 더욱 단결하게 만들고 있고,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국민 사과나 칩거 등 전형적인 대응법에서 벗어나 '피해자' '투사'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싸울 이유'를 강조하고 지지자들을 자극하는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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