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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살 빼고 근육 키우자"며 R&D 예산 '찔끔' 증액... 과학기술계 "새 발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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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살 빼고 근육 키우자"며 R&D 예산 '찔끔' 증액... 과학기술계 "새 발의 피"

입력
2023.12.22 17:07
수정
2023.12.22 17: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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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보다 6000억 더... 26조5,000억
이종호 장관 "세계 최고 경쟁력 위해"
연구자들 "증액 미미... 고용불안 여전"
조성경 1차관 '카르텔' 발언 논란 지속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과기정통부 예산 및 정부 R&D 예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과기정통부 예산 및 정부 R&D 예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정부안보다 약 6,000억 원 늘린 26조5,000억 원 규모로 확정했지만, 과학기술계는 "순감 규모를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증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확정된 예산이 각 연구기관 및 개인 연구자들에게 배분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예산 감액 여파가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국회에서 확정된 정부 R&D 예산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 장관은 "국회 심의 단계에서 다양한 연구 현장의 의견과 우려사항을 보완해 최종적으로 6,000억 원이 증액된 26조5,000억 원으로 확정됐다"면서 "세계 최고의 R&D 경쟁력을 갖기 위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군살은 빼고 근육을 붙여가자'는 취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대학원생을 위한 장학금·연구장려금이 포함된 기초연구 지원(2조6,300억 원)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돼 올해 대비 1.7%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미래 세대 연구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한 예산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전체 R&D 예산 삭감 기조에서 기초연구 분야 예산이 순증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증액 규모가 미미한 데다, 장학금·연구장려금이 일부 대학원생들에게 지원된다 하더라도 전체 R&D 사업 규모가 축소된 데 따른 연구자들의 고용 불안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기초연구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정옥상 부산대 화학과 교수는 "당장 예산 규모가 줄지는 않았지만 신진·중견·리더연구 등 단계적으로 체계가 잡혀 있던 연구시스템의 밑단 예산이 사라져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이동헌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 입장에서 당장 재학 중에 받을 수 있는 장학금 등의 지원은 부차적인 문제"라면서 "장차 졸업 후에 가게 될 연구기관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인지 여부가 더 중요한데, 해결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연구 현장의 저항과 국민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R&D 예산 복원 요구를 끝내 외면하다가, 연말에 이르러서야 겨우 조족지혈로 회복(증액)시켰다"고 비판했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12일 대전 유성구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방문해 '중이온가속기 구축 현황 점검 및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12일 대전 유성구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방문해 '중이온가속기 구축 현황 점검 및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최근 특정 연구기관을 콕 집어 'R&D 카르텔'로 지목한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의 발언이 과학기술계를 자극하기도 했다. 조 차관은 이달 12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8가지 카르텔 사례를 직접 공개했다. 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핵연료 연구에 대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수년간 내용은 거의 동일한데 제목을 바꿔가며 연구를 지속하는 사례"라고 콕 집어 지적했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차관의 발언은 과기정통부 내에서 논의한 바 없는 개인적인 의견이며, 해당 발표 자료를 부처 직원이 만들지도 않았다"고 에둘러 해명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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