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숙 제주도해녀협회장 인터뷰]
내년 전국해녀협회 설립 위해 동분서주
"해녀 소득 보장·직업 안정성 확보 필요"
"세계적으로 해녀의 위상은 높아지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문화가 끊어질까 걱정이네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만난 김계숙(70) 제주도해녀협회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김 회장은 내년 '전국해녀협회' 출범을 목표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해 8월부터 부산과 제주, 전남, 강원 등의 해녀들을 만나며 협회의 밑그림을 그렸고, 이날은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해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엔 김 회장 외에도 전국 각지의 해녀 70여 명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김 회장의 말처럼 해녀는 세계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10m 이상 되는 깊은 물속에서 1분 이상 숨을 참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잠수작업 기술을 의미하는 제주해녀어업은 지난달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세계중요농어업유산으로 등재됐다. 등재 신청 4년 11개월 만의 쾌거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제주해녀어업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여성이 단독으로 행하는 전통적인 생계형 어업이라고 극찬했다. 제주해녀의 잠수 기술과 전통적 지혜는 유네스코가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한 살아있는 사회 시스템이라고도 평가했다. 제주해녀는 2015년 제1호 국가중요어업유산,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이어 4관왕에 등극했다.
그러나 정작 김 회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무엇보다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바닷속 환경이 큰 걱정거리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과 수온의 상승, 백화 현상(바다 사막화), 바다 산성화 등으로 산호초가 폐사하고 어족 자원 역시 줄어들고 있어서다. 여기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라는 악재도 겹쳤다. 해녀들은 누구보다 바다의 변화를 빨리 알아차린다. 17세에 해녀를 시작해 53년간 '물질'을 하며 세 자녀를 키워낸 김 회장도 마찬가지. 그는 "과거엔 지천이던 감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바다 사정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걱정했다.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전국 해녀는 1만1,000여 명. 이 가운데 제주가 3,2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해녀들이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제주의 경우 도청에 해녀 전담 부서가 있을 정도로 행정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졌지만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육지 해녀들에 대한 지원책은 미비하다. 김 회장이 전국해녀협회 설립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이유다. 그는 "제주 해녀들을 부러워하는 타지 해녀들을 보면 뿌듯하지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더 앞선다"며 "제주뿐 아니라 모든 해녀는 비슷한 성장 과정을 겪은 피붙이나 다름없다. 동등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국해녀협회가 세워지면 직업병인 잠수병 등의 치료 시스템 마련, 해녀의 소득과 직업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원 등을 정부에 요구할 생각이다. 그는 "해녀는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제주 해녀가 전국 해녀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협회 설립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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