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동성 커플 축복’ 공식 승인

"하느님 사랑 구하는 데 ‘철저한 도덕적 분석’ 받아선 안 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7일 바티칸에서 '산타 마르타' 어린이 병원 환자들이 보낸 87세 생일 케이크를 받고 있다. 바티칸=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로마 가톨릭 사제들의 동성 커플들에 대한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선언문에서 정규 의식이나 미사가 아닐 경우 등에 한해 사제들이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집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선언문은 결혼이 남녀 간 평생의 성사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을 이성 간 결혼 성사와 혼동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축복 의식은 결혼식에서 쓰이는 복장이나 행위·언어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도 규정했다. 결혼에 대한 가톨릭의 기존 교리를 수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성 커플을 위한 축복이 완전히 거부돼서도 안 된다고 교황청은 강조했다. 사제들이 개별 사례를 보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청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구하기 위해 ‘철저한 도덕적 분석’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간단한 축복을 통해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교회가 다가가는 것을 막거나 금지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비록 일부 단서가 달렸지만, 교황청의 이번 결정은 오랫동안 동성애를 죄악시해온 가톨릭계의 전통을 깼다는 의의가 있다. 2021년 교황청은 동성 결합을 인정하거나 옹호하지 않는다면서 가톨릭교회가 동성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