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주요 대학 정시 가이드]
수시 최저기준 맞췄으면 추가 합격 대기
정시는 반영 지표·선택과목 유불리 따져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바탕으로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정시모집 전형 원서 접수가 다음 달 3일 시작된다. 대학 6곳에 원서를 낼 수 있는 수시와 다르게 정시는 가·나·다 군에 속한 대학 1곳씩 총 3장의 원서만 쓸 수 있다. 기회가 한정된 만큼, 정시는 수험생의 치밀한 원서 제출 전략이 당락을 갈라 '원서 영역'으로도 불린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어·수학·영어 모두 어려웠던 '불수능'이라 수험생 고민이 어느 때보다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수시 합격을 노렸던 대학에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정시를 노리는 수험생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단념하긴 이르다. 수시 지원자라면 불수능으로 인해 내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최저 학력기준을 충족하면 합격할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이달 29일 추가 합격 기간까지 연락을 최대한 기다려봐야 한다. 정시는 원하는 대학에 따라 활용하는 수능 지표가 다르고 반영 비율도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선택과목과 점수에 따라 어떤 대학의 합격 가능성이 높을지를 고민하고 원서 전략을 짜야 한다. 정시 원서 접수 기간은 다음 달 6일까지다.
"수시 최저학력 충족했다면 일단 기다려라"
불수능의 여파로 수시는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하는' 상황이다. 15일 수시 합격자가 발표됐지만, 정시 원서 제출 5일 전인 29일까지 수시 미등록자로 인한 충원이 계속된다. 역설적으로 수시의 최대 변수도 수능으로 꼽힌다. 수능이 어려워 수시 최저 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많고, 이로 인해 최저 학력기준을 충족했다면 추가 합격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 학력기준이 높은 상위권 대학에서 이런 경향이 도드라질 수 있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영역별 1등급(상위 4% 이내) 인원이 국어에서 1,843명, 수학에서 4,661명 감소했다. 절대평가인 영어도 1등급이 1만3,987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높은 최저 학력기준을 요구하는 의예과의 경우 수능 최저 학력기준 충족자가 대폭 감소해 합격선 하락이 예상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낮지만 수능을 잘 봐서 수시에 붙는 학생이 많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메가스터디는 의대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는 인원이 지난해 대비 1만4,063명(20.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실시된 후, 대학은 수시에서 학생을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소재 대학의 수시 미충원으로 인한 이월 인원은 감소 추세다. 2021학년도엔 서울 소재 대학들이 수시에서 채우지 못한 2,751명을 정시에서 뽑았다. 2022학년도엔 이 인원이 1,519명, 2023학년도엔 1,150명으로 각각 줄었다. 종로학원은 "서울권 대학도 문·이과 교차 지원, 의대 쏠림으로 정시 선발에 상당한 부담이 생겨 최대한 수시에서 학생들을 뽑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수험생은 수시 추가 합격 전화를 끝까지 기다려봐야 한다. 추가 합격 및 등록 기간인 22일부터 29일까지 대학은 수시 추가 합격자에게 원서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한다. 연락을 받지 못하면 불합격 처리가 된다.
같은 백분위도 표준점수 격차 커 "반영지표 유심히 살펴야"
수학 성적이 정시 당락의 핵심 변수였던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 수능에선 국어의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보다 16점 오른 150점으로, 1등급 커트라인 133점과 17점 차이가 난다. 같은 1등급이라도 표준점수 차이가 상당한 것이다.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인데, 1등급 커트라인은 국어와 같은 133점이다.
수능이 어려웠던 탓에 같은 백분위 내에서도 표준점수 차이가 크다. 백분위란 '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응시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똑같이 백분위가 100이라도 국어의 경우 표준점수가 최대 8점 차이가 나고 수학은 5점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수험생은 본인이 원하는 대학이 백분위와 표준점수 중 어떤 지표를 정시에서 반영하는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는 수능이 특히 어렵게 출제돼 상위권에서 표준점수 분포가 넓게 나타났다. 같은 백분위라도 표준점수 차이가 많을 수 있기 때문에 희망 대학의 활용 지표에 따라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령 표준점수를 국어 141점(백분위 99), 수학 142점(백분위 99)을 받은 수험생 A와 국어 142점(백분위 100), 수학 138점(백분위 99)을 받은 수험생 B가 있다고 했을 때, 두 학생의 정시 지원 전략은 상이하다. 표준점수의 합은 A가 B보다 3점 높지만, 백분위의 합은 B가 1점 더 높다. 정시 모집에서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이라면 B가 A보다 유리한 것이다.
여전한 선택과목 유불리... 수학·과탐 격차 최대
문·이과 통합형 수능의 고질적 문제인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도 여전한 변수다. 특히 수학과 과학탐구의 경우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10점 넘게 벌어져 통합형 수능 실시 이래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학 미적분 선택자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 확률과통계는 137점으로 격차가 11점이었다. 미적분은 과학탐구 2개 과목을 고르는 이과생이, 확률과통계는 사회탐구 2개 과목을 응시하는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이다.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높은 표준점수를 받아 인문계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더 거세질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탐구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도 상당하다. 과학탐구에선 화학Ⅱ 표준점수 만점이 80점이었는데 지구과학Ⅰ은 68점이었다. 사회탐구는 경제, 정치와법 표준점수 만점이 각각 73점인데 윤리와사상, 세계사는 63점이었다.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학에 따라 탐구영역 표준점수 성적에 백분위를 반영해 보정하는 '변환표준점수'를 쓰는 곳도 있어 수험생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탐구영역에서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하지 않고 그대로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의 경우 어떤 과목을 골랐느냐가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내년 의대 정원 확대, 올해 입시 파장은?
내년으로 예정된 의대 정원 확대는 올해 입시부터 영향을 미칠 변수다. 입시업계에선 의대 정원 확대를 기대한 상위권 수험생이 올해 정시에서 소신·상향 지원을 할 가능성을 점친다. 이 경우 상위권 대학의 정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 또 이미 27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N수생(졸업생) 비율은 내년에 더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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