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파 각료 4인 및 부장관 교체
관방장관 첫 타진 인사는 거절
야당은 "하야하고 정권 넘겨라"
도쿄지검, 다음주부터 강제수사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14일 내각에서 아베파 소속 의원이 맡았던 장관·부장관을 모두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아베파를 내각에서 분리, 기시다 정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내에선 ‘가라앉는 배’ 취급을 받고 야당에선 하야를 요구받는 기시다 총리가 사태를 수습할 리더십을 발휘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아베파 '5인방' 모두 사표 제출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내각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을 하야시 요시마사(기시다파) 전 외무장관으로 교체하는 등 아베파 각료 4명과 부장관 5명을 모두 교체했다. 하야시 장관 외에 사이토 겐(소속 계파 없음) 전 법무장관, 마쓰모토 다케아키(아소파) 전 총무장관, 사카모토 데쓰시(모리야마파) 전 지방창생담당장관이 각각 경제산업장관, 총무장관, 농림수산장관에 임명됐다. 전원 각료 경험자를 새 장관 자리에 앉힌 것은 임명 후 새로운 흠결이 드러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기시다 총리는 개각을 통해 내각에서 아베파를 축출하고 사태 수습에 나선다는 생각이지만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체질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근본적 해결책인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이나 자민당 계파 청산 방안 등에 대해서는 “일단 정확한 사실 파악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였다. 사태 해결 의지가 미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시다 주도권 잃어... 검찰 수사에 휘둘릴 듯
당 안팎에서 상처를 입은 기시다 총리는 사태 수습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애초 관방장관에 하마다 야스카즈 전 방위장관을 임명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최측근을 보내 설득했는데도 “관방장관만은 안 된다”며 거절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관방장관은 총리와 한 쌍을 이루는 내각의 ‘넘버 2’ 자리다. “가라앉는 배에 함께 타기 싫다”는 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포스트 기시다’라 불리는 차기 총리 후보 중 국민적 인기가 가장 높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TV에 연달아 출연하며 기시다 총리 조기 사임 가능성도 언급하는 등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당의 공세도 날로 강해지고 있다. 입헌민주당 나가쓰마 아키라 정조회장은 이날 “기시다 총리는 사안을 아베파만의 문제로 축소하려 한다”며 “하야하고 정권을 이양할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라”고 공세를 폈다.
일본 국민도 정권을 외면하고 있다. 이날 오후 발표된 지지통신 여론조사(8~11일 실시)에선 내각 지지율이 17.1%를 기록해 처음으로 10%대로 추락했다. 내각 지지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민주당 정권 탄생 직전인 2009년 9월 아소 다로 내각(13.4%) 이후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가 주도권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앞으로 정국은 검찰 수사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도쿄지검 특수부는 다음 주부터 아베파와 니카이파 의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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