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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위에 경제학과

입력
2023.12.14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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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창용(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금통위원 7명 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금통위원 7명 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학맥을 꼽으라면 당연히 서울대 법대를 떠올릴 것이다. 현재 내각에만도 외교부(박진) 법무부(한동훈) 행정안전부(이상민) 국토교통부(원희룡)에 포진해 있다. 경제부총리에 지명된 최상목 전 경제수석도 윤 대통령의 법대 직속 후배다. 그런데 이를 능가하는 학맥이 있다. 같은 서울대의 경제학과다.

□관가에 서울대 경제학과 아니면 경제부처 주요 보직은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지금은 그 절정이다. 이른바 ‘F(Finance) 4’로 불리는 4개 기관 수장 중 세 자리를 꿰차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고려대 경영)을 제외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심지어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이들은 매주 ‘F4 회의’를 열어 금융과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2인자인 기재부 1차관(김병환), 한은 부총재(유상대), 금융위 부위원장(김소영), 그리고 며칠 전 자리를 옮긴 금감원 전 수석부원장(이명순)도 모조리 동문이다.

□경제부처만이 아니다. 한덕수 총리를 필두로 비경제부처인 보건복지부(조규홍) 고용노동부(이정식) 여성가족부(김현숙)까지 점령했다. 대통령실도 예외가 아니다. 김대기 비서실장이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최근 한은 금융통화위원에서 자리를 옮긴 박춘섭 경제수석은 범경제학과인 무역학과 출신이다. 서울대 무역학과는 1985년 국제경제학과로 이름을 바꿨고 1995년에는 경제학과와 합쳐졌다. 최근 임명된 생명보험협회장(김철주) 손해보험협회장(이병래) 등 주요 금융협회 수장 자리도 이들 몫이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회나 다름없다. 당연직인 총재, 부총재를 포함해 7명 전원(현재 1명 공석)이 옛 무역학과를 포함한 경제학과 출신이다. 금통위원 구성에 다양한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기관에 추천권을 분산했지만 무용지물이다. 물론 인재들이 모여있고 각각의 전문성이 있다지만 다양성 확보 노력이 전혀 없다는 건 아쉽다. “동문회에서 금리 결정 하냐”는 지적이 무리는 아니다. 박 경제수석의 후임 금통위원 임명에는 이런 고려가 꼭 있어야 할 것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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